"밤에는 음주운전, 대낮엔 비만클리닉"...무안군 공직기강 해이 백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기간 중 직원끼리 술자리
특별감찰기간, 감사 미온적 '제식구 감싸기' 논란도

[한국일보 자료사진]무안군청사 전경

전남 무안군 한 공직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추진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기간에 음주운전에 적발돼 비난을 사고 있다. 더욱이 군은 특별감찰기간에 공직자들이 술판을 벌었는데도 감사를 벌이지 않아 '제식구 감싸기'에다가 공직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29일 무안군과 주민들에 따르면 군은 지난 14일부터 31일까지 특별감찰기간으로 정하고 공무원 회식 금지, 골프 자제 등 지침을 전달했다. 특히 김산 군수는 지난 15일 간부회의를 통해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고강도 특별감찰도 주문했다.

사정이 이러한데 지난 22일 저녁 무안군청 사업부서인 7급 A씨는 늦은밤까지 술을 마신 뒤 도로에 자신의 차에서 잠을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됐다. A씨는 혈중알코올 수치가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한 지역언론사를 통해 퇴근 후 술 자리는 부서 직원들 모임으로 이루어진 자리였다고 알렸고, "당시 비가 많이와서 대리운전이 여의치 않아 차를 몰고 가다 피곤해 잠깐 갓길에서 잠을 잤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 부서 한 직원은 "상사가 회식자리에 나오라고 해서 나갔다고 1차만 있다가 귀가했고, 다른분들은 3차까지 갔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군 감사실은 1주일이 지났지만 음주운전 조사를 벌이지 않아 논란을 빚고 있다.이날 감사실 관계자는 "사법기관에서 관련 서류가 넘어오면 정식적으로 조사하겠지만, A씨와 면담과정에서 술자리는 직원들이 아닌 자신들의 친구들이었다고 말해서 부서 조사는 않겠다"는 입장을밝혔다.

더욱 가관인 것은 올 1월초 6급으로 승진한 B씨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낮 근무시간을 이용해 남악신도시에 위치한 비만클리닉을 찾아 10차례 이용하다가 적발됐다. B씨는 최근 감봉 1개월 징계처분을 받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다.

또 지난 7일에는 현경면사무소 한 직원이 코로나19 확진자와 비슷한 시간대에 술집에 들른 사실이 확인돼 현경면사무소가 일시 폐쇄됐다. 무안 한 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출·퇴근 시간을 전화로 보고하다가 적발돼 시정명령 조치도 받았다.

군은 올해에도 25명의 직원이 성실의무 위반 등으로 적발됐지만 징계는 B씨 등 2명에 그쳤다. 무안군민 박모(45)씨는 "무안공직자들의 공직기강 해이가 도를 넘고 있지만 강력한 조치는 없다"며 "군수가 마냥 좋은사람으로만 인식돼 더욱 걱정"이라고 꼬집였다.

무안군 한 고위 공직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시국이고, 군 특별감찰기간 동안 적발될 경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며 "부서 회식이 사실이면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