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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경제의 요요한 식민지

입력
2020.07.30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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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누아투의 날(7.30)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이들의 나라'라는 바누아투공화국 위성 사진. wikimedia.org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이들의 나라'라는 바누아투공화국 위성 사진. wikimedia.org


남태평양 멜라네시아 섬나라 바누아투(Vanuatu)는 1980년 영국과 미국의 공동 지배에서 벗어난, 가장 젊은 국가 중 하나다. 염주알처럼 이어진 83개 섬을 다 합친 면적이 1만2,200㎢에 못 미치고, 29만8,000명 인구의 약 4분이 3이 농사를 짓고 산다.

다이버들은 그 섬들 중 하나인 펜테코스트(Pentecost)를 최고로 꼽지만, 섬들이 마당처럼 두른 산호 바다 모두가 저마다 비경이라고 한다. 주 산업은 관광과 금융이고, 1인당 GDP는 약 3,000달러 정도다.

바누아투는 2006년 영국 신경제재단(NEF)의 국가별 행복지수(HPI·Happy Plenet Index)에서 1위를 차지했다. 소비성장 위주의 개발지수에 반발해 NEF가 고안한 HPI는 수명과 행복감, 환경(생태발자국), 불평등 지표로 순위를 매긴다. 영국은 178개국 중 108위, 미국은 150위, 러시아는 172위였다.

바누아투 국민 대다수는 자기 땅에서 농사를 짓는다. 돼지나 얌 등 식량은 주로 물물교환 형태로 구한다. 토지를 외국인에게 파는 건 법으로도 관습으로도 금지돼 있다. 그들은 땅의 소유자가 아니라 '보호자(caretaker)'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경이, 식민지 시기와 태평양전쟁의 상흔에도 불구하고 건강하다. 2019년 NEF는 바누아투의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인간이 자연을 훼손한 정도)이 일본의 4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력 소비량의 34%를 풍력과 태양광, 수력, 바이오에너지로 조달하며 2030년까지 100%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2006년 외신 인터뷰에서 한 지역 언론인은 "제발 많은 사람에게 (HPI 1위 소식을) 알리지 말아 달라. 우리는 부족하나마 지금 행복하다"고 말했다.

최대 위협은 기후 위기다. 사이클론은 더 험해졌고, 바다는 땅을 잠식하고 있다. 바누아투의 오늘은 독립 기념일이지만, 아직 탄소 경제의 위태로운 식민지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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