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누아투의 날(7.30)
남태평양 멜라네시아 섬나라 바누아투(Vanuatu)는 1980년 영국과 미국의 공동 지배에서 벗어난, 가장 젊은 국가 중 하나다. 염주알처럼 이어진 83개 섬을 다 합친 면적이 1만2,200㎢에 못 미치고, 29만8,000명 인구의 약 4분이 3이 농사를 짓고 산다.
다이버들은 그 섬들 중 하나인 펜테코스트(Pentecost)를 최고로 꼽지만, 섬들이 마당처럼 두른 산호 바다 모두가 저마다 비경이라고 한다. 주 산업은 관광과 금융이고, 1인당 GDP는 약 3,000달러 정도다.
바누아투는 2006년 영국 신경제재단(NEF)의 국가별 행복지수(HPI·Happy Plenet Index)에서 1위를 차지했다. 소비성장 위주의 개발지수에 반발해 NEF가 고안한 HPI는 수명과 행복감, 환경(생태발자국), 불평등 지표로 순위를 매긴다. 영국은 178개국 중 108위, 미국은 150위, 러시아는 172위였다.
바누아투 국민 대다수는 자기 땅에서 농사를 짓는다. 돼지나 얌 등 식량은 주로 물물교환 형태로 구한다. 토지를 외국인에게 파는 건 법으로도 관습으로도 금지돼 있다. 그들은 땅의 소유자가 아니라 '보호자(caretaker)'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경이, 식민지 시기와 태평양전쟁의 상흔에도 불구하고 건강하다. 2019년 NEF는 바누아투의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인간이 자연을 훼손한 정도)이 일본의 4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력 소비량의 34%를 풍력과 태양광, 수력, 바이오에너지로 조달하며 2030년까지 100%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2006년 외신 인터뷰에서 한 지역 언론인은 "제발 많은 사람에게 (HPI 1위 소식을) 알리지 말아 달라. 우리는 부족하나마 지금 행복하다"고 말했다.
최대 위협은 기후 위기다. 사이클론은 더 험해졌고, 바다는 땅을 잠식하고 있다. 바누아투의 오늘은 독립 기념일이지만, 아직 탄소 경제의 위태로운 식민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