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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이 더 뛰어난 운전사라는 사실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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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이 더 뛰어난 운전사라는 사실 아시나요"

입력
2020.07.29 17:49
수정
2020.07.29 17:5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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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택시 서비스 '고요한M' 출시 송민표 코액터스 대표

송민표(사진) 대표가 창업한 스타트업 코액터스는 오늘 8월 청각장애인 기사가 승객을 운송하는 택시 서비스 '고요한 M'을 시작한다. SK텔레콤 인사이트 제공

송민표(사진) 대표가 창업한 스타트업 코액터스는 오늘 8월 청각장애인 기사가 승객을 운송하는 택시 서비스 '고요한 M'을 시작한다. SK텔레콤 인사이트 제공

다음달 1일부터 서울 강남 지역에서 '고요한M'이라는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시작된다. 호출하면 청각장애인 기사가 운전하는 스포츠유틸리티(SUV) 택시가 온다. 승객은 좌석에 설치된 태블릿을 통해 목적지를 알리면 된다. 차량엔 기사가 착용한 스마트워치를 진동시켜 차선 이탈, 전방 추돌 경고 등을 알려주는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가 설치돼 있어 안전 운행을 돕는다.

고요한M은 창업 3년차 스타트업 코액터스가 SK텔레콤의 기술 지원을 받아 운영한다. 회사는 기사를 직접 고용하고 월급(기본급 240만원+성과급)을 지급한다. 장애인 고용 확대에 기여하는 '착한' 택시 서비스인 셈이다.

29일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고요한M 서비스 출시를 발표한 송민표(28) 코액터스 대표는 2018년 창업 이래 줄곧 '청각장애 택시기사'라는 낯설고도 포용적인 사업 아이템에 천착해왔다. 송 대표는 이날 한국일보와 별도로 가진 인터뷰에서 "어머니께서 사회복지사로 일하셨기 때문인지 어려서부터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2017년 당시 대학생이던 송 대표는 우연히 청각장애인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접했다. 그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청각장애인 월평균 급여는 125만원에 그쳤고, 그나마도 의사소통 문제 때문에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중 우버에 탑승한 승객이 청각장애 기사와 필담을 나누는 해외 영상을 보고 '저런 서비스를 정보통신(IT) 기술로 구현하면 어떨까'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곧 대학 창업동아리에서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졸업(2019년)도 전인 이듬해 코액터스를 창업했다. 청각장애인의 택시운전면허 취득과 취업을 지원하고 장애인 기사를 고용한 운수회사에 승객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태블릿을 공급해 '고요한 택시'를 운영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사업 아이템이었다.

젊은 스타트업 대표에게 사회의 벽은 높았다. 서울 시내 250여 개 택시업체를 찾아가 고요한 택시 서비스를 소개했지만 "청각장애인이 어떻게 운전을 할 수 있냐"는 답만 돌아왔다. 청각장애인도 엄연히 택시면허를 딸 자격이 있음에도 "청각장애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면 불안할 것 같다"는 걱정도 주변에서 들렸다. 그럴 때마다 송 대표는 청각장애인의 시야는 비장애인보다 1.5배 정도 넓고, 교통사고 발생률도 더 낮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송 대표가 드디어 고요한 택시 '1호 기사'를 배출한 건 2018년 6월이었다. 국내 첫 청각장애인 운전기사로 취업했다가 승객과의 소통이 힘들어 석 달 만에 포기하려 했던 김성민씨가 코액터스 사업을 알고 연락해온 것. 김씨를 시작으로 3년 간 62명의 청각장애인이 '고요한 택시' 기사가 됐고, 이들의 운행건수는 어느덧 15만건을 넘어섰다. SK텔레콤은 코액터스가 'IT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자사 경영철학에 부합한다고 판단, 사업 초반부터 적극 지원해왔다. 자사 택시 앱 'T맵 택시'에 청각장애 운전자를 위한 기능을 추가하고 청각장애인을 상대로 고요한 택시를 홍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코액터스는 고요한M 서비스 출시를 통해 청각장애 기사를 직접 채용하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한발 더 진화했다. 택시 사업에 필요한 면허가 없지만 회사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인정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5월 규제 샌드박스 적용 결정으로 특례를 부여했다. SK텔레콤은 스마트워치와 연동된 청각장애인 특화 ADAS를 개발해 후원했다.

우선 서울 강남권에서 차량 10대로 고요한M 서비스를 제공하고 내년 하반기엔 운행 대수를 100대로 늘리는 것이 코액터스의 목표다. 송 대표는 "기사님들과 이용자들의 따뜻한 후기를 보면서 '우리가 새로운 일자리 만드는 것뿐 아니라 사회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책임감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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