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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지나가면 마스크 끝?”

입력
2020.08.01 09: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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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 위한 미세먼지 해결책 준비해야

장마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어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을 보인 26일 오전 서울 남산N타워에서 인왕산 너머로 북한 개성 송악산이 보이고 있다. 고영권 기자

장마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어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을 보인 26일 오전 서울 남산N타워에서 인왕산 너머로 북한 개성 송악산이 보이고 있다. 고영권 기자


지난 주말 가족이 함께 서울로 외출하던 길에 한남대교를 건넜다. 강 위로 보이는 하늘에 구름 조각들이 오와 열을 맞춰 줄지어 떠 있었다. 구름 대열의 끝이 어딘지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날 시야는 맑았다. 집으로 돌아오던 중 동네 어귀에 들어섰을 땐 아파트 건물들 사이로 백운산이 뚜렷이 보였다. 앞서 며칠간 곳곳에 많은 비를 뿌렸던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대기가 비에 씻겨 유난히 깨끗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면서 미세먼지 걱정이 상대적으로 줄었다. 중국과 인도 등 미세먼지 발생이 많던 나라들에서 산업활동이 위축되며 미세먼지 발생량이 감소했다는 보고가 과학계에 이어지고 있긴 하다. 하지만 당장 생명을 위협할 지 모르는 바이러스에 비하면 미세먼지쯤이야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진 게 더 큰 이유인 듯하다. 최근 만난 아이 친구 엄마는 “코로나19를 겪고 나니 미세먼지 이슈가 한창일 때 그렇게 전전긍긍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고 했다. 새로운 이슈가 생기면 자연스레 기존 이슈가 잠시 가라앉는 경향이 늘 되풀이돼왔음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장기적 측면에서 미세먼지의 유해성은 결코 대수롭지 않은 문제가 아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미세먼지가 폐의 섬유아세포까지 손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금까지 미세먼지가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가 상피세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밝혀져 있었지만, 조직 내 섬유아세포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상피세포는 동물의 몸이나 내장기관의 표면을 덮고 있으며, 섬유아세포는 조직과 기관을 구성하는 중요 요소다.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진에 따르면 섬유아세포가 미세먼지(50㎍/㎖)에 72시간 노출됐더니 세포를 망가뜨리는 활성산소가 비정상적으로 늘어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장애가 생겼다. 세포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폐세포 활동이 저해돼 호흡기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미세먼지가 폐 속 깊이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실험으로 확인된 것이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도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날아왔을 때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는 단순 중국발 유입으로만 설명하기엔 훨씬 더 높은 경우가 많았다. 이를 과학적으로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많지 않아 고농도 미세먼지의 책임 소재를 두고 논란이 분분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은 중국발 미세먼지가 국내에서 배출된 질소산화물과의 상호작용으로 수도권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과정을 규명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이 있을 때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초미세먼지 속에 2차 오염물질(황산염, 질산염, 암모늄)과 수분이 더 많았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들어 있는 황산염과 질산염은 공기 중의 습기를 빨아들여 입자 내 수분을 증가시킨다. 수분이 많은 미세먼지가 수도권으로 유입되면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과 반응해 질산염을 추가로 만들어낸다. 이렇게 국내에서 증가한 질산염이 다시 수분을 흡수하고 질산염을 만드는 과정이 반복되며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세먼지의 ‘출처’도 최근 밝혀지고 있다. 극지연구소 연구진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타고 남극대륙 서쪽 아문젠 해역에서 미세먼지를 채집해 분석했다. 남극 미세먼지의 주성분인 황화합물과 유기탄소화합물은 놀랍게도 바다에 사는 식물플랑크톤에서 왔다. 바다에서 식물플랑크톤의 생명활동으로 만들어진 화학물질이 바람과 파도의 영향 때문에 기체가 된 뒤 대기 중에서 산화하거나 해염에 달라붙어 미세먼지 형태로 바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렇게 남극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미세먼지는 뉴질랜드나 호주, 브라질 같은 남반구 나라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지만, 인간 활동으로 생기는 도심의 미세먼지와 비교하면 유해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황화합물은 산성비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장기화할 경우 극지토양이 산성화할 우려는 있다.

지난 등교일에 마스크를 챙기며 아이가 물었다. “엄마, 코로나 지나가면 마스크 안 써도 되겠지?” 코로나19가 잦아들고 각국이 산업활동을 재개하면 다시 뿌연 하늘을 보게 되는 건 시간 문제일 것 같아 차마 확답은 못했다. 미세먼지 이슈가 잠시 잦아든 동안에도 관련 연구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연구를 실험실에만 두지 말고 다음 세대를 위한 실질적인 미세먼지 해결책에 활용해야 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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