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종부세 최고세율 인상을 골자로 하는 ‘7ㆍ10 부동산 대책’의 후속 법안을 28일 국회 각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 단독으로 상정했다. 법안을 상임위에 상정하려면 상임위별 법안심사 소위에서 여야가 만장일치로 합의부터 하는 게 국회의 원칙적 관행이었다. 슈퍼 여당인 민주당이 이 관행을 건너 뛴 것이다. 결국 민주당은 이날 통합당이 퇴장한 각 상임위에서 상당수 부동산 법안을 기습 의결했다.
민주당의 이날 속도전은 '전체 300석 중 176석'이라는 국회 의석수 우위를 바탕으로, 앞으로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선전포고였다. 미래통합당은 물론 범여권에서도 “의회 독재”라는 비판이 나왔다.
'검증' 없이 부동산 3법 처리하자는 與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ㆍ법인세법ㆍ종부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른바 '부동산 3법'으로 불리는 이들 법안은 정부가 7ㆍ10 부동산 대책 때 발표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다주택자ㆍ법인에 대한 종부세 최고세율을 6%까지 인상하고 보유 기간 1년 미만 주택의 양도세율을 70%까지 높이는 게 골자다.
표결은 통합당의 불참 속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당초 이날 오전 여야는 기재위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심의할 조세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세소위 구성을 위한 여야 간사 간 협의가 결렬되자, 민주당은 곧바로 부동산 3법의 전체회의 상정을 요청하는 ‘서면 동의서’를 제출했다. 민주당 소속의 윤후덕 기재위원장은 즉각 표결을 강행했고, 전체회의에 참석한 기재위원 26명 중 통합당을 제외한 17명(민주당 15명+정의당 1명+기본소득당 1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통합당은 “의회 독재가 도를 넘었다”고 반발하며 퇴장했다. 상임위에 올라온 법안은 ‘상임위별 소위 심사→전체회의 상정ㆍ의결→법제사법위→본회의 상정ㆍ의결’ 절차를 거친다. 민주당은 소위를 건너뛰고 전체회의에 법안을 곧장 상정했다. 여야 소위 위원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법안 처리가 불가능한 소위를 일부러 ‘패싱’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서병수 통합당 의원은 “숫자를 무기로 법안을 강탈하는 강도질”이라고 했다. 류성걸 통합당 의원도 “234건 법안 중 부동산 3법만 기습 상정했다”며 “국회 논의 자체를 거부한 채 정권 입맛에 맞는 법안만 표결 처리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범여권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 3차 코로나 추경 때도 시급성을 내세워 소위에서 제대로 논의하지 못한 채 전체회의에서 (추경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며 “민주당은 말로만 협치를 말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협치의 자세를 보여달라”고 일침을 가했다.
여당 속도전에 국토위ㆍ행안위도 파행
민주당의 ‘기습 의결’을 둘러싼 파행은 상임위 곳곳에서 벌어졌다. 국토교통위에서는 민주당 소속 진선미 국토위원장이 주택법 개정안 등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해 표결을 강행했고, 통합당 의원들은 퇴장했다. 통합당 국토위 간사인 이헌승 의원은 “법안심사소위도 구성하지 않은 채 전체회의에서 숫자를 앞세워 기습 표결로 법안을 상정하려 했다. 의회 독재시대를 여는 행태”라고 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통합당 불참 속에 전ㆍ월세 신고제 등 관련 법안 8개를 의결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통합당이 퇴장한 가운데 7ㆍ10 부동산 대책의 후속 법안인 지방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는 △다주택자가 집을 살 때 최대 12%의 취득세를 부과하고 △자녀 등이 집을 증여 받을 때 내는 증여 취득세율도 12%로 높이는 등의 내용이다.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다음달 4일까지 부동산 후속 입법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행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합당이 부동산 3법 처리를 지연시키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는 상황이라 선택지가 없다”며 “소위가 구성되지 않을 시 전체회의만으로 법안을 의결하는 건 국회법상 적법한 절차”라고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