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불법촬영 혐의는 무죄 확정
경찰이 체포한 절도 피의자의 휴대폰에서 별도의 불법촬영 흔적을 발견해 수사했으나, 대법원은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 선고했다. 절도죄를 밝힐 목적만으로 자진제출받은 휴대폰에서 다른 범죄의 증거가 나왔다면, 이를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절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자전거 상습 절도 혐의로 거주지에서 긴급 체포됐다. 그는 경찰서로 호송되던 중 범행을 시인하고 자신의 휴대전화 잠금을 풀어 담당 경찰관에게 범행 장소 사진을 볼 수 있도록 해 줬다.
그런데 A씨의 휴대폰에는 그가 훔친 자전거 사진뿐 아니라 여성의 다리를 몰래 촬영한 사진 수십장도 함께 있었다. 자신이 등장하는 성관계 동영상도 있었다. 경찰이 이를 문제 삼자 A씨는 "성범죄 관련된 것은 제발 빼 달라"고 부탁했고, 경찰은 일단 자전거 절도 혐의에 대해 먼저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이 A씨의 휴대폰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정식 압수하고,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 것은 체포가 이뤄진 지 닷새가 지난 시점이었다. 그동안 경찰은 A씨의 휴대폰을 보관하고는 있었지만, A씨의 촬영물을 다른 카메라로 다시 촬영하는 방식으로 이미 범죄 단서를 확보해 둔 상황이었다.
경찰의 추궁에 A씨는 결국 다리 촬영 부분 범행까지 자백했고, 사건은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이 휴대폰 자진제출 전 경찰이 확보한 증거는 물론, 자진제출 이후 확보한 증거조차 위법하게 수집돼 증거능력이 없다고 본 것이다.
2심 재판부는 경찰이 체포 이후 닷새 동안 A씨의 휴대폰을 보관 중이고, A씨가 지속적으로 "성범죄는 조사받지 않겠다"고 요구해 온 상황에서 이뤄진 자진제출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휴대폰 압수에 대한 A씨의 동의가 성범죄에 대한 부분까지 포함되진 않았다는 취지다.
실제 A씨는 최초 휴대폰 잠금을 풀어주고 그 내용을 경찰에 보여줄 당시부터 "성범죄는 빼 달라"고 요구해 왔다. 특히 다리 촬영 부분에 대한 조사를 받기 직전에는 "여자 다리 사진은 사건화시키지 않는다고 하셨잖아요"라며 조사를 거부하다가 "(그러면) 성관계 동영상은 빼 주세요. 요것(다리 촬영)만 하겠습니다. 그냥 받겠습니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2심 재판부는 "당시 A씨는 소지 또는 보관하던 휴대폰을 제출한 것이 아니라, 경찰관이 계속해 피고인의 휴대폰을 점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형식적으로 자진제출을 받았다"며 "A씨가 조사에 응했던 점에 비춰 보면, A씨의 휴대폰 제출이 자진해서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국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피고인의 자백이 유일하다"며 불법촬영 부분에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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