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땅 코 앞의 강화군…재입북에도 주민들은 '덤덤'
강화군이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합니다. 북한 이탈 주민(탈북민) 김모씨가 인천 강화군 강화읍 내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인데요. 이 일대는 한강 하구를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맞닿아있는 접경 지역이어서 김씨가 월북 루트로 강화도를 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강화군은 강화도와 교동도, 석모도 등 15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져있는데, 그 중 강화도와 교동도는 북한 땅과 불과 수 ㎞ 떨어져있어요. 특히 교동도는 화개산 정상에 오르면 망원경을 통해 북한 접경 지역이 훤히 내려다보일 정도로 북한 땅과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사실 강화군 일대는 북한과 가까운 만큼 북한과 관련해 크고 작은 소란이 종종 일어나기도 해요. 대표 사례가 탈북입니다. 이번엔 탈북민이 강화군을 거쳐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 주민이 강화군을 통해 귀순한 사례가 꽤 많았어요. 한동안 해마다 북한 주민들이 탈북해 이곳을 향해 오기도 했죠.
해마다 탈북 행렬… 北 주민들, 헤엄쳐 귀순
2012년 9월엔 20대 탈북민이 나무 판자를 붙잡고 교동도까지 떠내려 온 일이 있었어요. 그는 교동도 한 민가 옥상에서 속옷 차림으로 술을 마시고 있다가 집주인에게 발각돼 경찰에 인계됐는데요. 민가에 숨어들어 몰래 음식을 먹으며 며칠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어요.
교동도에선 1년도 채 안 돼 또다시 북한 주민이 발견됐어요. 이번엔 또 다른 북한 주민이 바다를 헤엄쳐 탈북한 건데요. 2013년 8월의 일이었어요. 북한 주민 A씨는 해안에 도착하자마자 근처 민가의 문을 두드려 자고 있던 주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해요. 당황할 법 하지만, 집주인은 근처 군부대에 신고하고 A씨에게 간단한 음식을 제공하는 등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하죠. A씨는 무사히 귀순했지만, 우리 군은 경계망에 구멍이 난 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어요.
참 미스터리합니다. 이 일대엔 '귀순 1년 주기'라도 있는 걸까요. 2014년 8월에도 어김없이 북한 주민들이 바다를 건너왔어요. 부자지간으로 보이는 50대와 20대 남성이 교동도로 헤엄쳐 와 귀순 의사를 밝힌 건데요. 이번엔 헤엄쳐 오는 과정에서 해병대 초병에게 발견됐어요. 이들은 "살려 달라. 귀순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잠시 귀순 행렬이 잠잠해지면서 강화군에도 고요함이 찾아오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았어요. 2017년 8월에도 귀순 사례가 이어졌는데요. 20대 북한 남성이 부유물에 의지한 채 바다를 헤엄쳐 교동도를 향해 왔어요. 마침 경계 근무 중이던 해병대 초병이 열상감시장비(TOD)로 이 남성을 발견했고, 수칙에 따라 안전하게 유도해 무사히 뭍으로 올라왔다고 하죠.
강화군 일대, 삐라ㆍ물품 살포 단골 무대되기도
접경 지역이어서 다른 지역과는 달리 늘 긴장감이 감도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일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탈북민 단체가 대북 전단(삐라)과 물품 등을 보내는 단골 지역이 되면서 지역 주민들은 더더욱 불안에 휩싸이기도 해요.
일부 탈북자 단체들은 과거부터 강화도와 석모도 등 강화군 일대에서 대북 전단을 날리거나 풍선에 초코파이를 넣어 보내기도 하고, 페트병에 쌀을 담아 북으로 흘려보냈었어요. 주민들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지난달에도 한 탈북민 단체가 페트병 보내기 행사를 열려고 했는데, 주민들이 저지해 무산되기도 했죠.
강화군이 처한 현실과 달리 역설적이게도 이 일대는 '평화의 섬'으로 불립니다. 인천시가 2009년 6월 서해5도(백령도ㆍ대청도ㆍ소청도ㆍ연평도ㆍ소연평도)와 강화도를 평화의 섬으로 선포했기 때문인데요. 탈북 사례 등이 종종 있다보니 강화군 주민들은 이번 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하네요. 바람 잘 날 없는 강화군에 평화가 찾아오는 날은 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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