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이 전통 파괴ㆍ자연 훼손" 거부감
중앙정부와 '앱으로 관광객 수 제한'에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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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인도네시아 바두이족 여성들. 콤파스 캡처
'관광객이 오지 못하게 지도에서 마을을 지워달라'던 인도네시아 바두이(Badui)족(한국일보 12일 보도)이 관광객 수 제한에 합의했다. 600년 넘게 이어온 전통과 쓰레기더미에 훼손되는 자연을 그나마 보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28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최근 인도네시아 관광창조경제부 관계자는 반텐주(州) 세랑의 바두이족 거주지를 찾아가 마을 대표들과 전통 존중 관광 및 관광객 방문 제한에 합의했다. 관광객을 위해 안내소와 등록시설을 짓고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관광객 수가 일정 한도를 넘어서면 출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지방자치단체도 '지속가능한 바두이 관광'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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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바두이족 주민들. 쿰파란 캡처
바두이족은 마을 대표 4명 명의로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에게 '마을을 관광지도와 관광지 목록에서 지우고 더 이상 관광지로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는 공개 서한을 6일 보냈다. 부족 공동체의 생활상을 외부 세계에 알리는 일을 내부에선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데도 관광객들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무분별하게 소개하면서 관광객들이 늘어난 결과 자신들의 규율과 문화가 훼손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점점 쌓여 자연보호와 마을의 청결 유지도 어렵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수도 자카르타에서 서쪽으로 150㎞ 정도 떨어진 큰등산 부근에 사는 바두이족은 2018년 기준 1만1,000여명으로 고대 순다족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다. 14세기 무렵 이 지역을 지배하게 된 무슬림을 피해 산 속으로 들어가 토속신을 믿으며 문명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다. 채집ㆍ수렵을 하거나 화전을 일구며 최근엔 소규모로 벼농사도 짓고 있다. 집은 대나무와 야자나무 잎을 엮어 만들며 대나무세공품과 꿀이 특산품이다. 가부장제 성격이 강해 남녀 역할이 구별돼 있고, 종족 정체성이 강해 보수적이다. 세상 지식을 배우면 교활해지거나 남을 속인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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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바두이족 마을. 쿰파란 캡처
바두이 마을은 바두이 달람(내지 마을)과 바두이 루아르(외지 마을)로 구별돼 있다. 3,000명만 거주가 허락되는 바두이 달람은 엄격한 규율 속에서 전기와 휴대폰도 없이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고, 바두이 루아르는 외부 세계와의 중간지대 역할을 한다. 자카르타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바두이 루아르까지는 5시간 가까이 걸리고, 다시 네댓 시간을 더 걸어야(9.2㎞) 바두이 달람에 닿는다. 문명과 동떨어진 경험을 누리려는 전 세계 관광객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관광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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