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보신탕을 먹는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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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보신탕을 먹는다니

입력
2020.07.28 14:00
수정
2020.07.2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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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의 한 개도살장에서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올라와 있는 개들이 발견됐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아직도 보신탕을 먹는 사람들이 있나”

중복이었던 26일, 동물보호단체들이 올해도 다양한 방식으로 개식용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를 하던 중 한 지인이 기자에게 물었다.

생각해보니 주변에서 자랑스럽게 “복날이라 개고기를 먹고 왔다”고 말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 10년 전만 해도 보신탕 집에 따라가서 먹고 왔다, 본인은 옆에서 삼계탕을 먹었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최근에 그런 얘길 들은 적도 없다. 예전에는 나이 든 회사 선배가 “개를 사랑하면 (한 몸이 되게) 먹어야 한다”고 농담을 했는데 멋쩍게 웃음으로 넘겼던 적도 있었다. 역시 최근엔 이런 농담 대신 “개는 잘 있냐”는 질문을 받는다.

실제 개고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있다. 2001년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개고기 문화는 야만”이라고 발언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너네 나라나 잘해라”라는 반응이 많았다. ‘개고기는 우리의 고유문화’이며 다른 나라가 왜 우리 고유문화에 참견하냐는 논리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이제는 개를 전기도살하는 게 동물학대로 유죄 판결이 나는 시대가 됐다. 임기 만료로 폐기되긴 했지만 20대 국회에서는 동물 도살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사실상 식용 목적의 개 도살을 어렵게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 보신탕을 먹는 사람들은 없어진 걸까. 24일 전북 정읍에서는 시 위탁을 받은 유기동물 보호소가 보호 중이던 개들을 도살장에 팔아온 현장이 적발됐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는 버젓이 올라와 있는데 실제 보호소에 가니 개들은 없었다. 보호소 관리자를 추궁하니 개들이 있는 도살장을 안내했고 그곳에서 시스템에 올라온 개들을 찾을 수 있었다. 현장에는 개 도살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도구가 놓여 있었고, 냉장고에는 수십 마리에 해당하는 개고기가 발견됐다. 더 놀라운 점은 이런 사실을 지역 시민과 동물단체들이 추적해서 알아냈다는 것이다.

충북 서산에 있는 개농장 속 강아지들이 사람을 향해 꼬리르 치며 반기고 있다. 고은경기자


정부가 조사한 바는 없지만 육견 사육자 단체에서는 2016년 기준 전국 식용 개 사육업체 수는 약 6,000개소, 개고기를 취급하는 음식점 수는 2015년 기준 3,207개소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동물단체는 개 사육 농가는 약 3,000개소에 달하며 매년 100만마리의 개들이 식용으로 희생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육견업자들은 개 식용은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문화이며 개인의 취향이자 자유라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합법화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전히 어디에선가 찾는 사람이 있으니 유기견이 개도살장으로 끌려가고 육견업자들은 합법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닐지 생각해 보게 된다.

천안 개 도살장에서 구출돼 입양된 개 '설악'이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청와대에 '개 도살 금지 공개서한'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통이라고 해서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시대적 관습, 가치관이 변하기 때문이다. 개를 먹던 대만은 이미 2017년 개 식용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고 필리핀, 홍콩, 중국조차도 개식용 금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추세다.

동물보호단체가 보내온 정읍 개농장 사진 속에는 어미개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 네 마리가 발이 빠지는 뜬장(배설물 처리를 위해 바닥에 구멍을 뚫은 철장)에서 빈 사료통에 발을 디디고 있었다.

도살장 속 개들은 뜬장에서 살면서 죽을 때에만 뜬장을 나온다. 우리 주변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식용으로 희생되는 개들이 없는 건 아니다.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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