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과 눈물만 안긴 코로나...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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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과 눈물만 안긴 코로나...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입력
2020.07.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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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희비 교차하는 다낭 교민사회

편집자주

국내 일간치 최초로 2017년 베트남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가 2020년 2월 부임한 2기 특파원을 통해 두 번째 인사(짜오)를 건넵니다. 베트남 사회 전반을 폭넓게 소개한 3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베트남의 오늘을 격주 목요일마다 전달합니다.


14일 베트남 다낭의 미케 해변에서 현지인 몇몇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홍수 속에 해변이 사람들로 넘쳐났던 코로나19 사태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다낭=정재호 특파원


호주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한국인 A(37)씨는 2015년 가족과 함께 베트남의 유명 휴양지 다낭시로 이주했다. 2009년 36만명에 불과하던 한국인 관광객 발길이 6년 사이 3배 이상(111만명) 폭증하자 ‘인생 2막’을 열 종착역으로 다낭을 점찍은 것이다.

A씨는 작은 집에서 가족과 생활하며 가이드 생활부터 시작했다. 초짜 딱지를 떼지 못한 탓에 정착 후 몇 년간은 수입이 아예 없거나 많아도 월 300만원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다낭에 한 해 90만명이 넘는 한국인이 몰려든 2017년 이후 A씨의 삶은 풍요로워졌다. 한 달 벌이는 800만원을 너끈히 넘겼다. 이듬해엔 전년보다 거의 두 배나 많은 160만명 이상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다낭을 찾았다. 수입은 더 늘었고, 한국발 호황은 영원히 지속될 것 같았다.

A씨는 지난해 12월 다시 모험을 걸었다. 모아둔 돈 전부를 털어 다낭 중심가에 한식당을 차린 것. 5년 동안 한국인 관광객의 동선과 음식 수요를 면밀히 관찰한 뒤 던진 승부수였다. 그러나 적자를 겨우 면한 올해 2월 바이러스 공포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낭에도 상륙하면서 급히 배달 중심으로 영업 전략을 바꿨으나, 비싸고 낯선 한식을 찾는 현지인은 드물었다. 매달 2,000달러에 육박하는 임대료와 인건비는 그의 삶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한국이라면 지원이라도 받을 수 있으련만, 베트남 정부가 이방인의 곤궁함을 돌봐줄 리 만무했다.


한인 사업 전멸, 버티기만 남아

코로나19 확산 이후 한인 거리가 위치한 베트남 다낭시의 팜반동 지역에서는 관광버스들이 자취를 감췄다. 다낭=정재호 특파원


그나마 사업장이라도 남은 A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2018년 1,500명에 달했던 한인가이드 중 3분의 2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다른 도시로 쫓기듯 떠났다. 다낭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특별한 기술도 자격증도 없는 이들은 하이퐁시 공장 등으로 흩어져 힘겹게 살고 있다고 한다. 다낭에 남은 500여명의 가이드들도 현지 교민들이 십시일반 모아 전달한 쌀과 라면 등 생필품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요식업도 풍비박산 났다. 한 때 300개가 넘었던 한인 운영 식당 가운데 29일 현재 문을 연 곳은 8곳에 그치고 있다. 반짝 호황에 하늘 높이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대부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폐업을 택한 것이다.

실제로 14일 기자가 직접 찾은 다낭의 한인 거리는 유령 도시로 변해 있었다. 한인 식당들이 밀집한 팜반동 지역은 한국의 휴가철이 시작되는 7월 중순이면 8차선 대로가 관광버스로 가득 찼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느껴질만큼 거리엔 황량함만 가득했다. 10여분 동안 곳곳을 둘러봐도 한국 가게 입구에는 ‘CLOSED(휴점)’팻말만 눈에 띄었다. 이따금 문이 열린 상점들도 현지인을 대상으로 업종 변경을 하려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다낭 한인회에 따르면 한창 때 각각 250곳, 300곳이 성업했다는 한인 운영 여행사와 마사지 업체들 역시 정상 운영하는 곳은 하나도 없다. 판반동 거리에서 만난 한국식 고깃집 사장 B씨는 “하반기에는 경제활동이 정상화할 것으로 믿고 기다렸는데,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문을 닫게 됐다”면서 “현지 관광객들 덕분에 먹고 사는 미케 해변 근처 베트남 식당에라도 취직해 조금씩 빚을 갚아나갈 계획”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무심한 감염병은 그의 작은 바람마저 앗아갔다. 99일째 지역 감염 0명을 기록하던 베트남에 25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타난 곳이 하필 다낭이었던 것. 백방으로 뛰며 필사적으로 버텨온 교민들은 15일 동안 자가격리를 하라는 시 당국의 지침에 따라 다시 집에 갇힌 신세가 됐다. 2년 전만해도 최대 1만5,000여명이 모여 살았던 다낭에 지금 남은 교민은 고작 600여명 뿐이다. 모국에서도, 현지에서도 관심 밖인 다낭 교민사회에 드리운 고통의 시간은 계속 더디게 흘러가고 있다.


한국 관광객 베트남 입국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희망 노래하는 교민사회

성수기면 한국인 관광객들을 태우려는 버스로 가득찼던 베트남 다낭시 미케 해변 인근의 버스 차고지. 텅 빈 주차장이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주는 듯하다. 다낭=정재호 특파원


남은 이들은 그래도 희망을 말한다. 올 2월말 한국민을 예고 없이 격리한, 이른바 ‘반미 사태’로 한국 내 베트남을 꺼리는 정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삶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인 관광객이 현지어를 몰라도 모국처럼 안락한 여행 시스템을 갖췄다는 자부심,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한 뒤에도 다낭은 여전히 최고의 가성비를 유지할 것이라는 믿음이 기반이었다. 이관영 다낭 한인회 수석부회장은 “생업을 꾸리는 공간이 베트남일 뿐, 다낭 교민들 역시 자식을 잘 키우고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은 보통의 한국인”이라며 “당분간 생활은 힘들겠지만 반드시 이겨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교민들은 최근 한국 기업들의 활발한 움직임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베트남 중앙정부는 지역균형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 다낭을 축으로 한 중부지역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다수의 한국 기업들도 세금 감면 등 각종 혜택이 약속된 중부 산업단지 진출을 적극 모색 중이다. 만일 중부지역에도 하노이ㆍ하이퐁처럼 한국기업들이 대거 터를 잡을 경우 다낭 교민들은 자생적인 한인 소비시장을 곁에 두게 된다. 관광객에 목을 메는 소득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적기인 셈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다낭에 있던 20여개 우리 기업 가운데 일부가 떠났으나, 최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ㆍKOTRA) 등을 통한 투자 상담이 60건 이상 진행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김석환 다낭 한인 상공인연합회(KOCHAMㆍ코참) 위원장은 “마이띠엔중 베트남 총리실 장관이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고, 다낭시 역시 한국 기업 유치에 매우 적극적이어서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다낭=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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