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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힘실었지만... 추진력 반쪽 된 '노사정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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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힘실었지만... 추진력 반쪽 된 '노사정 협약'

입력
2020.07.28 20: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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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경사노위 처음 참석했지만
민주노총 빠지고 총리실 지원 물러나면서
합의가 협약으로 약화되고 '알맹이'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이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의결됐다. 이로써 지난 5월 20일 노사정 대표자회의로 시작된 사회적 대화는 두 달여 만에 일단락됐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협약식에 이례적으로 참여하면서까지 22년만의 노사정 협약에 힘을 실었지만, 제1노총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빠지고 국무총리실 역시 지원 역할에서 물러나면서 '협약'으로 수준이 내려간 노사정 합의의 추진력은 반쪽이 된 상태다. 실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선 선언적 수준인 협약을 구체화하는 것도 필수인데, 이 과정에서 노사의 전향적 양보가 이뤄질 지도 미지수다.

경사노위는 28일 오전 제8차 본위원회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을 의결하고 이행기구인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위원회(특위)’를 구성했다. 이날 회의에는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 경사노위 위원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해 노ㆍ사의 상생노력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이 경사노위 회의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노.사.정이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주재하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식에 처음으로 참석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노.사.정 위원들과 '여럿이 함께'라고 적힌 동판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 문 대통령,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성현 위원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노.사.정이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주재하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식에 처음으로 참석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노.사.정 위원들과 '여럿이 함께'라고 적힌 동판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 문 대통령,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성현 위원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협약은 ‘노사정 잠정 합의안’을 계승한 것인 만큼 일부 표현이 수정된 것 외에 사실상 모든 내용이 기존과 같다. △전국민 고용보험도입 △고용유지를 위한 노사 고통분담 및 상생협력 확산 △기간산업안정기금 등 기업 자금조달 지원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등 주된 목표와 방법도 그대로다. 이는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22년만에 민주노총까지 참여한 사회적 대화의 정신을 살리는 동시에, 잠정의안을 경사노위에서 사회적 합의로 완성시켜달라’고 당부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경사노위의 설명이다.

다만 대화가 경사노위로 이관되면서 그간 노사정 합의를 주재하던 총리실이 빠져 기존 합의문의 ‘총리실은 부처간 역할 조정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은 삭제됐다. 합의가 당초 계획보다 축소ㆍ수정되면서 총리실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중재도 기대할 수 없게 된 모양새다.

이날 협약식에 문 대통령이 참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경사노위에 힘을 실어 향후 한국판 뉴딜의 추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민주노총이 막판에 불참해 아쉽지만 경사노위 제도적 틀 속에서 이뤄진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며“경사노위가 경제 위기 극복뿐 아니라 앞으로 디지털 경제가 가져올 혁명적인 사회ㆍ경제적 구조 변화와 일자리 변화 속에서 사회적 합의와 대타협의 중심이 되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사정 협약 주요 내용

노사정 협약 주요 내용

이로써 노사정 합의는 기사회생 했지만, 실제 코로나19 위기극복 노력은 겨우 첫 발을 뗐을 뿐이다. 협약은 노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약속만을 정했을 뿐 그 구체적 방법은 과제로 남겼다. 예를 들어 고용유지를 위한 노사의 고통분담에 대해서는 ‘경영계는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 개선 노력을 하고, 노동계는 경영위기에 직면한 기업이 고용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면 협력한다’고 명시했는데, ‘경영개선노력’이나 ‘고용유지노력’에 무엇이 포함되는지 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모호성은 민주노총이 합의안에 반발한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노사정 협의의 ‘각론’을 결정하는 특위 활동이 제2차 사회적 대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해질 전망이다. 여기서 코로나19 장기화를 대비한 노사의 적극적 상생안이 나오지 않으면 협약의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등과 같이 협약 내용 대부분이 정부 역할인데 이로써 기업을 올해 말까지 일시적으로 버티게 할 순 있어도 그 이후는 담보할 수 없다”며 “대기업이 먼저 하청기업과의 상생을 도모하고, 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시간을 줄이며 비정규직과 고통을 분담하는 등 선제적 대안이 나오지 않으면 현수준의 합의로는 양극화만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 과정에서 민주노총을 포용하는 것도 과제다. 민주노총의 조합원은 2018년 말 기준 96만8,000명으로 전체 노조조직원의 41.5%다. 합의안 부결 이후 민주노총은 강경파김재하 부산본부장 중심의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됐는데, 이들이 '하반기 총력 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합의 이행시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정부가 민주노총의 의견을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차원에서라도 반영하는 등 갈등 조정을 위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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