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년 아메드' 리뷰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졌다. 노출 심한 옷을 입은 누나는 ‘창녀’라고 일갈하고, 힘겨운 삶을 간혹 술로 달래는 엄마는 주정뱅이 취급한다. 사후 구원을 약속하는 이맘의 말엔 귀가 솔깃하지만, 서구화된 선생님 이네스는 배교자로 보일 뿐이다. 신을 위해선 언제든지 목숨을 던질 각오가 돼 있는 13세 벨기에 무슬림 소년 아메드는 위태롭다. 예정된 과정처럼 소년은 자신 만의 성전을 위해 이네스에게 칼을 빼 든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하는 무슬림 테러리스트의 원형질을 보는 듯하다.
당신이라면 소년을 어떻게 볼 것인가. 사회로부터 당장 격리해야 할 위험분자로 낙인 찍을 것인가, 아니면 소년의 내면을 들여다 보며 그를 최대한 이해해 보려고 노력할 것인가. 벨기에의 명장 장 피에르ㆍ뤽 다르덴 형제 감독은 후자에 무게를 두며 영화 ‘소년 아메드’를 풀어낸다.
아메드의 겉모습은 여느 서구 소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학 문제 풀기에 골몰하고, 스마트폰으로 사람들과 소통한다. 한달 전 만해도 비디오게임에 빠져 살았다. 평범했던 소년은 가까운 사이였던 사촌 형의 ‘순교’로 삶이 크게 흔들린 듯하다. 그럴 만도 하다. 아메드의 삶은 주변부다. 결손가정의 자녀인데다 인종도 종교도 경제적 지위도 비주류다.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고민에 빠질 청소년기에 극심한 문화적 충돌까지 겪어야 하는 상황인데 지인의 죽음까지 겹쳤으니 아메드의 내면은 혼돈 그 자체일 것이다. 수학이나 프랑스어 문법 같은 삶의 정답을 찾고 싶은 아메드에게 “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는 이맘의 선동은 유일한 탈출구가 될만하다.
영화가 아메드의 삶을 이해하는 방식은 관찰이다. 카메라는 누구보다 더 거센 질풍노도를 겪고 있는 사춘기 소년을 따라다니며 그의 언행을 묵묵히 전한다. 카메라의 시선엔 동정도 없고, 증오도 없고, 편견도 없다. 그저 외면 받기 십상인 한 사회적 존재를 향한 관심만이 서려있다. 다르덴 형제가 빈민 소녀의 삶(‘로제타’)과 빈한한 어린 부모의 일탈(‘차일드’), 실직을 피하려는 한 여성의 고군분투(‘내일을 위한 시간’) 등을 바라봤던 예전 방식과 동일하다. 이전 작처럼 억지감정을 짜내려는 음악도 없고, 인물들의 불우를 과장하려는 클로즈업도 없다.
굳이 범주화하면 다르덴 형제 영화 중 범작에 속한다. 하지만 다르덴 형제의 범작은 어떤 이의 수작이다. 결말부의 한 장면만으로도 영화는 오랜 잔상을 남긴다. 짧은 시간에 간결하고도 묵직하게 메시지를 전달해내는 형제의 솜씨도 여전하다. 영화는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등과 경쟁해 3등상에 해당하는 감독상을 수상했다. 3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