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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심의위와 삼바 사건

입력
2020.07.28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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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검찰에 대한 개혁조치의 하나로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가 만들어졌고, 얼마 전 이 수심위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통한 경영권 승계와 분식회계’ 관련, 투표를 통해 10대 3으로 불기소를 권고하였다. 다수 위원들은 검찰 주장이 논리가 맞지 않고 기소하면 재판에서 질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필자는 회계학을 전공한 학자이다. 학자 입장에서 볼 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시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에서 2015년 대규모 분식회계를 행했다’는 건 어디까지나 검찰 및 일부 정치인들의 주장이다. 사실 많은 회계전문가들은 삼바가 분식회계로 문제가 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와 유사한 회계처리는 과거에 한 번도 이슈가 된 적이 없었다. 합병비율은 합병선언을 하기 전 주가에 따라 결정되는데, 위 주장이 사실이라면 먼저 삼바의 회계처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회계처리는 합병 반년쯤 지나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부당한 합병을 위해 제일모직 주가를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했다는 주장은 모순이다.

삼바의 상장 시점 감리를 실시한 공인회계사회는 조사 후 올바른 회계처리라고 결론 내렸고 금융감독원도 동일한 결론을 발표했다. 그런데 금감원은 갑자기 분식회계라고 주장했고 이 주장도 세 차례나 바뀌었다. 처음에는 성공해야만 행사될 옵션을 사전에 행사될 것으로 가정한 점이 분식회계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성공이 명백하니 회사 설립 시점부터 옵션이 행사될 것이라고 본 후 회계처리를 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초 주장과 최종 주장이 반대인 셈이다. 성공리스크가 큰 제약ㆍ바이오 업계의 경우 설립 시점부터 성공이 명백하다는 주장이 옳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무리한 가치평가를 수행해 이익 규모를 크게 부풀렸다고 주장했는데, 그동안 삼바 주식 가격이 너무 올라 결과적으로 2015년 회계처리한 금액이 과소평가되어 버렸고, 무리한 과대평가를 했다는 이야기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다. 사건의 전개 과정을 보면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억지로 끼워 맞추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 마저 든다.

삼바의 분식회계 여부는 이 사건의 일부분이다. 그런데 검찰이 만든 수심위의 위원들이 이런 결론을 내리자, 일각에선 이 권고를 무시하라고 검찰을 압박하는가 하면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자신들이 검찰개혁을 위해 나서서 만든 제도인데 그 제도에서 도출된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자 그 제도에 따른 결과를 무시하라는 듯한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상황을 지켜보는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형식보다 경제적 실질을 중시하는 회계원칙이 통하는 세상은 과연 언제쯤 올것인가.





송혁준 덕성여대 회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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