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사천 사립중학교 행정실장, 교내서 굿판 벌여
학부모들 중징계 원하지만… 사립은 강제성 없어
지방의 한 중학교에서 굿판을 벌인 학교 행정실장을 해임시켜 달라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왔다. 해당 내용은 지난달 언론에 보도되면서 알려졌지만, 지난 25일 한 방송사의 시사교양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27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학교에서 굿판, 부조리로 얽힌 사립학교 행정실장을 해임시켜주세요'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해당 학교에서 학부모 운영위원장을 지냈다고 밝혔다.
경남 사천교육지원청과 국민청원 게시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사천시 내 한 사립 중학교에서 돼지를 해체하는 굿판이 벌어졌다. 굿판 축문에 교장과 작성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작성자는 주장했다. 굿은 수업이 없는 일요일 소수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굿판은 교장에게는 알리지도 않은 채 교장이 학교를 비웠을 때 이뤄졌다. 행정실장은 굿을 벌인 이유에 대해 "학교에 목신이 깃들어 있어 아이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기에 굿을 벌였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굿판을 벌인 행정실장은 현 학교법인 이사장의 친척으로 지난해 학교발전기금 운영 문제로 학부모, 교장과 갈등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 접수 대장에 작성자의 사인을 위조하고 도장을 도용했고, 교장이 이를 문제 삼았다는 게 작성자의 설명이다. 그는 국민청원에 "(행정실장이) 이 사건으로 인해 교육청 감사를 앞두고 심적인 압박을 받던 상황이었다"며 "학교에서 굿판을 벌인 의도와 축문에 적혀 있던 제 이름과 교장의 이름은 다분히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굿판 이후 아이들 사이에는 귀신 괴담까지 퍼져 여학생들은 화장실 가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굿판을 목격한 학부모들이 사천교육지원청에 관련 조사를 요구했고, 학교법인 이사회에는 행정실장의 파면을 요구했다. 사천교육지원청은 이에 자체 진상조사와 함께 도교육청에 특별감사를 요청했다. 도교육청은 16일부터 특별감사에 착수했고, 24일 감사를 마무리했다. 통상 감사 종료 이후 두 달 안에 감사 결과를 해당 학교에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국공립학교와 달리 사립학교는 도교육청이 해당 행정실장에 대한 처벌을 강제할 수 없어 징계 없이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해당 사립학교에 감사처분서가 전달되면 학교 내 자체 과정을 거쳐 징계 여부가 결정된다"며 "공립학교와 달리 징계 강제성은 없다"고 말했다.
작성자도 이 점을 우려해 "학부모들은 부조리하고 비상식적인 행정실장의 파면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행정실장의) 친언니가 전 재단 이사장이고, 현 이사장도 친척이라 파면은 이뤄지기 어렵다"며 "이런 비상식적인 사람과 학생들이 마주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의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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