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필리핀의 철권 통치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소식에 대한 한국의 반응이 이상하리만큼 뜨겁다. 뉴스의 방향은 "마스크 사기범을 강물에 던져 버려라", "코로나 봉쇄책을 어기면 사살하라" 등 비상식적인 발언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도 그렇다. 그의 어조가 강하면 강할수록 더 많은 한국 독자들은 열광한다.
코로나19 사태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기엔 반응의 수위도 꽤 높다. "두테르테의 한국 도입이 시급하다"거나 “속이 다 시원하다. 범법자 처벌은 저렇게 하는 것”이라며 필리핀을 부러워하는 사람부터 "한국도 코로나19 대처를 저렇게 해야 한다"고 훈계하는 이들까지 보인다.
일부는 "실제로 두테르테가 지금 한국 대통령이면 당신들의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이런 지적은 현 정권에 대한 증오로 가득찬, 두테르테 대통령보다 더 험한 단어를 사용하는 자칭 '보수성향' 네티즌들에게 무시되기 일쑤다. 이들은 되레 뉴스에 중심에 선다 싶은 진보 인사들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두테르테 대통령 방식으로 즉결 처분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으로 흐르곤 한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이기에 이에 대한 직접적 평가는 기자의 몫이 아니다. 다만 지금의 자유로움은 대한민국 진보와 보수 모두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걸고 독재에 저항해 이룩한 성과라는 점만큼은 기억해야 한다. 역사가 증명했듯 진짜 보수와 진성 진보는 독재를 옹호하지 않는다. 그저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향수와 독재를 구분하지 않으려는 반민주 세력만이 그 효용을 항상 찬양해왔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사살 발언 직후 필리핀 아구산 델 노르테주(州)의 한 경찰관은 봉쇄 조치에 항의하던 시민을 향해 실탄을 실제로 발사해 피해자가 즉사했다. 정부가 테러 용의자로 판단만 하면 최대 24일간 구금할 수 있는 반테러법이 최근 시행된 곳도 필리핀이다. 민주주의의 암흑. 기시감(旣視感)이 드는 것은 분명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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