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별 셀프 마케팅 기법 '빅데이터 파트너'
경험 의존 탈피, AI가 고객 정밀 분석·예측?
백화점 마케팅 패러다임 변화 가속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숍매니저 A씨는 요즘 단골 고객 정보를 적어둔 ‘VIP 노트’를 보는 빈도가 현저히 줄었다. 대신 웹사이트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빅데이터 파트너’에 접속한다. 지난 5월 황금연휴 때 효과를 실감한 뒤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빅데이터 파트너가 선별한 고객들에게 행사 정보를 문자메시지로 알렸더니 매출이 크게 오른 것이다. A씨는 “과거엔 문자 마케팅에 대한 고객 반응률이 높은 편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실제 구매로 많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에서 야심차게 적용한 빅데이터 파트너가 마케팅 패러다임을 바꿔 놓고 있다. 빅데이터 파트너는 롯데백화점이 전국 51개 오프라인 점포의 화장품, 의류, 스포츠, 아동 브랜드 매장에 지난 3월부터 순차 도입한 인공지능(AI) 마케팅 플랫폼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추진해 온 '디지털 트랜스포케이션의 일환으로 1년에 걸쳐 구축됐다.
27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오프라인 점포에 입점한 브랜드 매장의 숍매니저 1만5,000여명이 빅데이터 파트너를 활용해 자체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빅데이터 파트너의 기반은 고객 정보다. 상품 구매 방식은 물론, 결제 수단, 방문 시기, 점포 내 이용 시설 등 온·오프라인의 모든 고객 데이터를 모아 학습한 AI가 각 매장이나 행사별로 마케팅이 잘 통할 만한 맞춤형 고객 목록을 뽑아낸다. 숍매니저들은 이렇게 선별된 고객들에게 매장에서 클릭 몇 번만으로 직접 신상품이나 행사 알림 문자를 보낼 수 있다.
문자 마케팅은 과거에도 많았다. 하지만 숍매니저가 백화점 고객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에 관리자에게 일일이 요청해야 했다. 관리자가 적절한 조건을 입력해 대상 고객들을 추출하고 협력사를 통해 문자를 보내기까지는 평균 열흘이나 걸렸다. 가령 화장품 신상품 소식을 알릴 때는 6개월 이전에 비슷한 제품을 구매한 연령대의 여성들을 추려내 문자를 보내는 식이다. 관리자가 경험이 풍부해 고객을 잘 선별하면 효과가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AI 마케팅은 경험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에 기반하기 때문에 훨씬 정교하다. 지난 5월 1~5일 황금연휴를 앞두고 수도권 20개 롯데백화점의 기초화장품 매장에서 빅데이터 파트너는 연휴 동안 백화점에서 제품을 구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객을 브랜드마다 500~1,000명씩 추천했다. 각 숍매니저가 이들에게 황금연휴 행사 문자를 보낸 결과 구매 반응률은 10~15%였다. 문자를 받은 고객 10명 중 1명 이상이 실제 매장에 와 제품을 산 것이다. 롯데백화점 디지털플랫폼구축TF팀은 “기존 문자 마케팅 방식보다 평균 3배, 최대 10배의 효과”라고 설명했다.
백화점 시설이나 서비스 이용이 브랜드 매장 매출로 이어지는 길도 열렸다. 고객이 내점한 시점부터 쇼핑 동선에 따라 숍매니저가 실시간으로 문자 발송을 할 수 있다. 따로따로 존재했던 백화점과 브랜드 매장의 고객 정보가 빅데이터 파트너를 통해 서로 연동되기 때문에 가능한 마케팅이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남성의류 매장에서 일하는 숍매니저 B씨는 "이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신규 고객층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 파트너를 비롯한 롯데백화점 디지털플랫폼에 담긴 고객 데이터는 12억건(6테라바이트·6TB)에 달한다. 지난해까지 보유한 데이터(2억건, 1TB)의 6배다. 숍매니저들은 자체 기록에 의존해 단골 정보를 확보했던 과거와 비교가 안 될 만큼 방대한 고객 데이터에 접근하게 됐다. 데이터 활용에 익숙해진 숍매니저는 고객 선별부터 문자 발송까지 당일에 가능하다. 김명구 롯데백화점 디지털사업부문장은 “데이터가 고도화, 다양화할수록 고객들은 더 나은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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