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은 젊은 사람들보다 통증에 훨씬 예민하다. 한 개인의 복잡하고 주관적인 불쾌한 느낌이다 보니 그렇다. 통증은 혈당이나 혈압처럼 정략적 측정이 어렵다.
통증은 그 경과에 따라 급성 통증과 만성 통증으로 나눌 수 있다. 조직 손상과 관련되어 3개월 이전이면 급성 통증이라 하고,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통증이라 한다. 노인들은 주로 만성 통증에 시달린다. 70세 이상 노인 중 85% 정도가 만성통증으로 지속적인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노인들에게 가장 흔한 것은 퇴행성 관절염과 같은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통증이다. 열에 여덟은 뼈와 관절 질환의 통증으로 고통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신경성 통증도 문제가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당뇨병의 합병증인 말초신경질환에 의한 것이다. 대상포진 후 신경 통증도 흔하게 관찰된다. 특히 암 덩어리나 밀려나온 허리 디스크 추간판이 신경을 누르면 물리적인 압박으로 통증이 생길 수도 있다. 암은 만성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이다.
노인들의 우울증은 그 자체로 통증을 일으키기도 하고 우울증이 통증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노인들의 과거 경험과 기억, 기분 상태,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노인들이 통증을 느끼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노인들은 통증을 노화의 과정으로 치부하거나 특별한 질환의 진단이 없는데 통증을 호소하는 것에 대한 큰 부담을 느껴 통증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만성 통증은 노인들의 일상생활 유지와 기능에 큰 문제를 일으키고 나아가 우울과 절망감으로 발전하여 자살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노인들의 통증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먼저 통증을 평가하기 위해서 통증이 주로 어느 부위에 생기는지, 그 강도는 어떠한지, 통증이 지속되는 시간과 주로 언제 통증을 지각하게 되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꼭꼭 쑤시는지” 혹은 “답답하고 짓누르는 통증인지” 등 통증의 특성에 대해서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약물치료는 노인의 통증을 치료하는 가장 흔한 방법이다. 그러나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약에 대한 감수성과 대사 능력, 그리고 신장의 기능이 달라지므로 약의 안정성과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초기 용량은 적게 그리고 천천히 증량하는 것이 좋다. 비마약성 진통제는 흔히 사용되나 장기간 사용할 때 효과가 떨어지고 간기능과 신장기능을 악화시키거나 위장관 문제를 일으킬 수가 있다. 마약성 진통제의 경우 통증이 심하고 다른 약물로 조절이 되지 않을 때 사용한다. 그러나 내성과 의존성이 있다. 진정, 오심과 구토, 변비 그리고 심하면 호흡이 억제되는 부작용이 있다. 갑자기 중단하면 금단 증상이 생긴다.
통증을 동반한 노인들에게 특히 강조해야 할 것이 일상적인 신체활동이다. 적절한 운동, 이완요법, 물리치료, 그리고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비약물치료를 노인에게 맞춤형으로 적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통증은 감추지 말고 노인들이 내놓고 도움을 받아야 할 가장 중요한 증상이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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