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화ㆍ박성민 민주당 청년대변인 인터뷰?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떨어지는 이유' 진단
“우리 당도 '2030세대가 분노하고 있다' 정도는 인지하고 있는 듯해요. 하지만 청년들이 뭘 원하는가를 진지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2030세대 당사자이자 여당 내부자인 장종화(34)ㆍ박성민(24)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의 말이다. 한국일보가 두 사람을 국회에서 만난 건 민주당 지지율이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최저점을 찍은 이달 23일이었다. 장 청년대변인은 경력 8년의 국회 보좌진 출신이고, 박 청년대변인은 대학생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부터 청년대변인 활동을 시작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2030세대와 당을 잇는 다리 역할'을 둘에게 맡겼다. 둘은 당 최고위원회의와 정책조정회의, 원내대책회의는 물론이고, 국회의원만 참석하는 비공개 의원총회, 당정 정책협의회 등에 배석한다. 민주당의 의사결정 과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부동산'이나 '박원순’ 같은 단발성 이슈 때문에 2030세대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차곡차곡 쌓여 온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부동산'과 '박원순'을 만나 폭발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대충' 해서는 청년 민심을 돌려 세울 수 없다는 게 둘의 처방이었다.
"민주당의 '정의'란 무엇인가"... 청년들은 모른다
"민주당은 2030세대가 생각하는 '정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정당이다." 두 사람의 공통된 얘기다. 장 청년대변인은 “민주당의 가치가 조국 사태 때부터 조금씩 의심받기 시작했다”고 했다. 박성민 청년대변인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을 계기로 정치와 권력이 약자의 편에 서 있지 않다는 게 증명됐다.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정치인들이 피해자 목소리를 들어줄 것이란 기대가 무너졌다"고 했다.
민주당이 피해자의 '고통'보다 박 전 시장의 '이름'을 지키는 데 무게를 실은 행보가 두 청년대변인을 가장 실망시킨 듯했다. 장 청년대변인은 "고집을 부리다 '피해 호소인'에서 '피해자'로 호칭을 바꾸니, 떠밀려서 바꿨다는 평가만 들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청년대변인도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민주당 대응이 국면마다 너무 늦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정과 정의를 말할 수록 청년 세대는 역설적으로 상처받았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전환과 코로나 사태로 인한 대학등록금 반환, 집값을 내리고 공급을 늘리는 부동산 정책 등의 이슈를 여권이 띄울 수록 청년 세대는 박탈감과 분노를 느꼈다. 두 사람은 "민주당 지도부와 2030세대가 공정과 정의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장 청년대변인은 “민주당은 사회 전체 차원의 당위로 정의와 도덕을 말하지만, 청년들이 보기엔 민주당이 말하는 정의가 반드시, 언제나 공정하지는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 청년대변인은 "청년이 원하는 공정이 무엇인가를 정치권이 청년들과 함께 논의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예를 들어 인천국제공항 논란 때 민주당은 '비정규직 보안요원을 정규직화하는 게 왜 정의로운가'를 설득하기보다 ‘모든 게 가짜뉴스 때문이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게 안타까웠다. 청년들이 생각하는 공정이 무엇인지 짐작만 하면서 공정한 정치를 하겠다고 하는 건 공허한 메아리다."
"'잡음 최소화'가 목표... 미래 바꿀 수 있나"
21대 국회의원 평균 연령은 54.9세다. 전체 300명 중 2030세대는 13명(4.3%)에 불과하다. "당의 여러 회의에서 나이 많은 다선 의원들이 주로 말하고, 젊은 초선 의원들은 주로 조용히 있었다"는 게 두 사람의 관찰 결과다. 젊은 초선 의원들이 용감하게 의견을 내놓았다 "묵살되는" 것도 여러 번 목격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두 사람도 자꾸 '자기검열'을 하게 된단다. "'내가 잘 모르는 건가, 아직 어려서 그런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두 사람은 "민주당이 새로운 관점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가장 아쉬워했다. 장 청년대변인은 "젊은 의원이 소신 의견을 내도 '이번에는 그냥 이렇게 하고, 다음에 심도 있게 논의해보자'는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박 청년대변인 역시 "문제를 제기할 때면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현실적으로 관철시키기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또 "정치란 화두를 던지고 관행을 바꿔내야 하는 일인데도 당을 이끄는 분들은 '잡음 최소화'를 가장 중시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두 사람은 "민주당은 시대를 정확하게 읽고 시대에 맞는 말을 할 수 있도록 발빠르게 학습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 청년대변인은 "문재인 정부가 내걸었던 공정, 정의, 평등의 가치는 민주당이 지지 받았던 이유인 동시에 지지자들이 실망한 이유"라면서 “당과 청년이 생각하는 정의에 괴리가 있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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