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8ㆍ29 전당대회 레이스가 시작됐다. 25, 26일 제주ㆍ강원 합동연설회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포스트 이해찬'을 뽑는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낙연 의원, 김부겸 전 의원과 박주민 의원은 뜨거운 연설 경쟁을 벌였다.
차분한 이낙연, “감수성 정당으로”
이낙연 의원은 ‘감수성 정당’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꺼냈다. 그는 “민주당을 노인, 여성 청년, 사회적 약자의 아픔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감수성 높은 정당으로 성숙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이 까발린 '감수성 부족'이 민주당의 최대 약점이라는 게 이 의원의 진단인 셈이다.
‘감수성’이란 키워드에 맞게 이 의원은 연설도 ‘공감형’으로 했다. 25일 제주 연설 도입부에선 4ㆍ3사건 희생자의 명복을 빌었고, 26일 강원 연설은 “집중호우로 깊은 시름에 잠긴 도민 여러분께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는 인사로 시작했다. '공감은 디테일에서 나온다'는 법칙도 잊지 않았다. “저를 아들처럼 사랑해주신 4ㆍ3유족회장 양용해 선생님”(25일 제주 연설), “고성 토성면 적십자 봉사회장 겸 오리고기집 사장 엄기인님”(26일 강원 연설)을 호명한 것이 대표적 장면이다.
목청 높인 김부겸 “난 내리지 않는 선장”
김부겸 전 의원은 ‘선장론’으로 이 의원에 맞섰다. 그는 “(서울시장, 부산시장을 뽑는)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는 우리당에 호락호락하지 않다”며 “태풍이 몰려오는데 중간에 선장을 바꿔선 안된다”고 했다. 대선 출마를 위해 내년 4월 전에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이낙연 의원은 '배에서 내리는 선장'으로, 김 전 의원 자신은 '내리지 않는 선장'으로 대비시킨 전략이다.
김 전 의원은 청중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폭발형’ 연설을 선보였다. 이 의원이 표정 변화나 제스처를 최소화한 것과 달리, 김 이원은 팔과 손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인터넷 중계를 보고 계시는 국민과 당원 동지"를 부르며 온라인 청중을 언급하거나, “이럴 땐 좀 큰 박수를 보내달라”고 넉살을 떨기도 했다.
소매 걷어 올린 박주민 “젊음이 약점이냐?”
대표 후보 중 유일한 40대인 박주민 의원은 역시나 ‘젊음’을 무기로 내세웠다. 노타이에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복장부터 정장 차림의 다른 두 후보와 달랐다. 박 의원은 ‘사법기관 지방이전’ ‘국립대학 통합 네트워크’ ‘노동이사제’ 등 진보적 색채가 선명한 공약과 함께 도발적인 메시지도 내놨다. 그는 연설 도중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또 “소통하는 정당을 만드는 일에 젊음이 약점이 되는가. 해답을 두려움 없이 실천하는 데 꼭 연륜만이 정답인가"라는 메시지로 '어린 X이 감히 나선다'는 보수적 당심을 정면으로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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