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설레서 잠도 못 잤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TV 중계방송을 통해 프로야구를 즐겼던 팬들이 마침내 ‘직관(직접 관람)’에 나섰다.
야구에 목말랐던 팬들은 관중 입장이 처음 허용된 26일 잠실 LG-두산전, 고척 롯데-키움전 입장권을 일찌감치 매진시켰다. 잠실 경기는 전날 예매 시작 25분, 고척 경기는 40분 만에 각각 2,424장, 1,674장이 모두 동났다. 현재 관중 입장은 경기장 수용 인원의 10%만 허용된다. 수원 NC-KT전은 26일 오후 4시 기준 2,000석 중 1,800석이 팔렸다. ‘고강도 사회 거리두기’를 시행 중인 광주(삼성-KIA전)와 대전(SK-한화)은 이날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예매 전쟁에서 성공한 팬들은 들뜬 마음으로 경기 시작 2~3시간 전부터 야구장 곳곳에서 모습을 비췄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키움 팬 윤현동(20)씨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관람 후 정말 오랜 만에 야구장을 찾았다”며 “친구들과 함께 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어려운 시국이라 혼자 왔다. 육성 응원도 할 수 없고, 음식도 먹을 수 없지만 야구를 즐길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좋다”고 기뻐했다.
성남 분당구에서 고척돔을 찾은 롯데 팬 최현지(20)씨는 “전날 예매에 성공한 뒤 너무 설레서 잠도 못 잤다”면서 “올해 롯데의 수도권 경기를 많이 챙겨보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지만 무산돼 아쉬웠다. 야구장에 와서 선수들을 눈앞에서 지켜보고 있으니까 마냥 행복하다”고 미소 지었다. 잠실구장 1호팬인 김솔아(27)씨도 “이전 같은 응원을 못해도 직접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개막 이후 줄곧 휴업 상태였던 야구장 내 상점도 이날 처음 문을 열었다. 고척돔에서 분식 매장을 운영하는 배선아(45)씨는 “오전 11시부터 영업을 준비했다”며 “야구장으로 첫 출근을 하는데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좋았다. 백수에서 탈출한 거 아닌가”라고 기뻐했다.
또한 ‘랜선’으로만 응원전을 펼쳤던 김정석 키움 응원단장은 “무관중 경기를 치르는 동안 팬들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다”며 “아직 육성 응원은 어렵지만 동작만이라도 함께하면서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고 말했다.
이날 팬들은 경기장 입구에서 발열체크와 전자출입명부 작성을 한 뒤 입장했다. 경기장에서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화장실과 매점을 이용할 때도 거리 두기를 지켜야 했다. 관중석에는 물과 음료(주류 제외)만 반입 가능하고 모든 음식 취식은 구장 복도에 설치된 테이블에서만 가능했다.
팬들이 제한된 환경 속에 야구를 관전하지만 선수단은 첫 관중 입장에 반색했다. 손혁 키움 감독은 “팀에 워낙 활기찬 선수들이 많아서 관중이 있으면 더 좋은 에너지가 나온다”고 밝혔고, 허문회 롯데 감독 역시 “관중이 있어야 흥도 나니까 선수들도 반긴다”고 말했다. 또 류중일 LG 감독은 “프로 경기라면 관중이 존재해야 힘이 나고 집중력도 더 생긴다”고 강조했고, 두산 외야수 정수빈은 “선수들은 팬들의 응원을 듣는 맛에 경기에 임한다. 코로나19가 얼른 종식돼 만원 관중 속에서 뛰고 싶다”고 했다.
육성 응원은 제한된 상태에서도 팬들의 함성 소리는 숨길 수 없었다. 고척돔을 안방으로 사용하는 키움 선수들이 경기 시작 전 소개를 받으며 각자의 수비 포지션을 향할 때 함성과 박수가 시작됐고, 경기 중 안타가 나올 때는 함성 소리가 더욱 커졌다.
한편, 세계 최고의 방역체계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프로야구의 분위기와 관중의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외신들의 관심도 집중됐다. AP, 로이터, CNN 등 총 7개 해외 매체가 잠실야구장을 취재하기 위해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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