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23일 대의원대회 투표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 합의안을 약 62%의 반대로 부결시켰다. 애초 민주노총의 제안으로 시작돼 어렵사리 도출된 합의안 추인을 위해 애썼던 김명환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는 부결의 책임을 지고 24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완전체로 노사정 합의안이 도출돼 코로나 확산으로 어려운 경제, 불안한 고용이 조금이라도 펴질까 기대하던 국민들에게 아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회적 대화 참여의 문턱을 높이 잡은 강경파의 압력으로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화에 불참하거나 논의를 무산시킨 것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초 새로운 노사정 대화체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두고 적지 않은 내홍을 겪다 결국 불참했다. 이번에도 대화파인 김 위원장의 의욕에도 불구하고 강경파의 물리적 저지로 노사정 합의안 서명식 참여가 가로막혔고, 결국 다수 대의원들은 이를 부결시키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회원수가 늘면서 70년 만에 제1노총 지위에 오른 민주노총이 번번이 사회적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행태는 비판 받을 만하다. 경제구조 변화와 노동시장 다변화 등 다양한 도전들 앞에서 다른 경제 주체와 대화 없이 투쟁만으로 노동자의 이익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명시적인 해고금지 조항이 없는 등 이번 노사정 합의안에 대한 우려를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향후 논의 과정에서 이런 원칙을 관철시켜 가는 방식을 택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노동 존중 사회를 표방하는 정권에서마저 비타협 투쟁을 고집하는 것도 모자라 노사정 사회적 합의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마저 저버리는 민주노총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어렵사리 작성된 합의안 이행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은 비록 불참하지만 합의안에 담긴 전국민고용보험 로드맵 수립, 상병수당 도입 논의 등을 경사노위를 중심으로 구체화해 늦지 않게 실행에 옮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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