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재능기부? '장애인 국악요정'
국악입문 10년 100여 차례 수상, 국내외 공연 350회
선천성 장애를 딛고 국내외에 국악을 알리면서 희망을 노래한 이지원(19ㆍ사진)양이 24일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0회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했다. 올해의 장애인상은 1996년 우리나라가 제1회 루즈벨트 국제장애인상 수상을 계기로 제정한 장애인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이다.
충남 공주 출신의 이양은 선천성 대동맥 협착 심장질환을 안고 태어났다. 첫 돌 무렵 평생 낮은 지능과 약한 체력으로 살아야 하는 윌리엄스 증후군 증세까지 나타나 중증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 양은 걸음과 언어, 신체 발달이 또래에 비해 늦었다. 학교와 학원에서 또래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했다. 어머니 곽진숙(48)씨는 딸이 울다가도 음악 소리를 들으면 그칠 정도로 음악에 반응하는 것을 발견했다. 악보를 볼 줄 몰라도 한번 듣고 피아노로 실연하는 절대음감의 재능을 가졌다.
이런 딸을 위해 부모는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러나 비장애인과 함께 하는 음악공부가 쉽지 않았다. 결국 악보가 없어도 배울 수 있는 국악을 선택했다. 이양은 초등학교 1학년 때 공주 박동진판소리전수관에 들어갔다.
전수관에서 길을 찾은 듯 이양은 판소리의 긴 가사를 한 번 듣고 바로 외우는 재능까지 보이면서 주변을 놀라게 했다. 전수관의 판소리 강사는 “절대음감까지 갖고 있다”며 감탄했다.
뛰어난 기억력, 절대음감 등 남들이 가지지 못한 것들을 가진 이양도 판소리 공부가 쉽지 않았다. 약한 체력이 문제였다. 결국 중학교 진학 무렵 5년간 열정을 쏟은 판소리를 포기하고 경기민요로 전공을 바꿨다.
경기민요는 자진모리장단을 가장 좋아하는 이양의 끼와 흥, 재능과 맞아떨어졌다.
경기민요 입문 1년 만에 발군의 실력으로 보여 2017년 제5회 대한민국 장애인예술경연대회 스페셜K 어워즈 심사위원장상, 문화체육부장관상, 교육부장관상, 2018년 일본동경골드콘서트 15주년 특별상, 지난해 대한민국장애인예술경연대회 장예총상임대표상 등 각종 장애인대회를 휩쓸면서 ‘장애인 국악요정’ 불렸다.
국악인 송소희씨를 가장 좋아한다는 이양은 올해 나사렛대 음악목회학과에 입학했다.
장애인 단체와 노인복지센터, 특수학교 등에서 공연 봉사를 펼쳐온 이양은 지난해부터 계룡세계군문화엑스포와 한국장애인문화협회, A플러스(+)장애인문화예술축제, 좋은이웃중앙회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이양은 “오늘 받은 상은 더 많은 장애인이 역경을 딛고 일어나 희망을 노래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의미”라며 “전 세계 사람에게 아리랑을 들려주고 한국 장애 예술의 우수성과 국악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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