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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 윌슨 응의 말러 사랑은 각별하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6년 전 모국 홍콩에서 구스타프 말러 오케스트라(GMO)를 창단해 예술감독과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다.
그런 그에게 지난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독일 밤베르크에서 열린 '2020년 말러 국제 지휘 콩쿠르'는 피할 수 없는 숙제였다. 유네스코가 인준한 이 대회는 3년마다 열리는데, 그때마다 구스타보 두다멜 등 세계적인 지휘자를 여럿 배출했다.
콩쿠르에 참가한 윌슨 응에겐 말러 교향곡 4번을 지휘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코로나19 때문에 독일 입국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현지 공항에 도착했지만 윌슨 응은 두번이나 출입국심사에서 입국이 거부되는 바람에 짐도 못 찾고 면세구역에서 꼬박 이틀을 지내야 했다.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터미널'(2004년) 같은 일이 벌어진 셈.
콩쿠르 시작 1시간 전 공연장에 도착
지난 1일 겨우 입국허가를 받아들었지만, 이미 콩쿠르는 시작됐다. 그나마 자신의 무대가 공연에서 제일 마지막 순서라는 생각을 떠올리며 서둘러 공연장에 도착했을 때 남은 시간은 고작 1시간. 연습은 커녕 온전한 정신으로 지휘봉을 잡기도 힘든 상황. 공항에서 난민처럼 살며 이제나 저제나 갈 수 있을까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오다 갑자기 음악에 몰입할 수 있을까.
온갖 스트레스, 시차 적응, 수면 부족 등 모든 악조건을 무릅쓰고 지휘한 결과 윌슨 응이 받아든 성적표는 무려 대회 3위였다. 윌슨 응은 "상을 받아서가 아니라 모든 한계를 뛰어넘었기에 스스로에게 처음으로 '자랑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고 말했다. 말러 교향곡 4번은 이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추억의 곡이 됐다.
말러 곡은 4악장 공부하고 들으라
윌슨 응은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음반을 가장 즐겨 듣는다. 윌슨 응은 "말러는 4악장을 가장 먼저 쓰고 여기에 맞춰 1~3악장을 만들 정도로 마지막 악장에 메시지를 크게 담았다"며 "4악장 가사를 먼저 공부하고 들으면 곡 전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윌슨 응은 자신의 경험이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을 안고 공연을 준비하는 동료 음악인들에게 힘이 될 수 있길 희망했다. "무언가를 조건 없이 사랑할 준비가 돼 있다면, 분명 삶은 당신에게 기회를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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