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 오케스트라가 탄생했다. 광복회의 영문 이니셜 '호키(HOKIㆍHeritage Of Korean Independence)'를 따서 악단 이름도 '호키'다. 이 단어는 '척탄병(擲彈兵ㆍ수류탄 투척 임무를 맡은 병사)'이라는 뜻도 있다.
22일 서울 영등포구 광복회관에서 만난 최승원 호키 예술감독은 "뉴질랜드 원주민 말로 '호키'는 '푸른 척탄병'이란 뜻이 있다"면서 "폭탄을 투척하며 항일 무장투쟁을 벌였던 독립지사의 정신을 받든 광복회 오케스트라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광복회'와 '오케스트라'. 이질적인 단어들이다. 어떻게 악단이 만들어졌을까. 최 감독은 "빛을 회복한다는 광복(光復)은 예전엔 독립이었지만 '코로나 치하'인 요즘엔 정상적인 삶 그 자체가 된 것 같다"며 "연초에 음악을 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차에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테너 가수로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쿠르 우승자 출신이기도 한 최 감독이 단원을 모았다. 미국 콩코르디아 대학 정현구 교수를 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영입했다. 정 감독은 "부강한 나라보다 문화가 있는 나라를 꿈꿨던 김구 선생의 뜻을 기릴 생각"에 참여했다. 악장은 바이올리니스트 민유경 성신여대 교수가 맡았다.
최근 오디션을 거쳐 현악기 4부와 오보에, 바순, 호른으로 구성된 단원 25명을 뽑았다. 이중에는 독립유공자 낭완근(1896~1974) 선생의 후손인 바이올리니스트 낭정원씨도 있다. 단원 구성을 끝낸 호키는 지난 20일 광복회관에서 정식 창단식을 열었다.
이들의 첫 공연은 9월 17일 광복군 창군 기념일,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으로 잡혔다. 정 감독은 "독립한 날도 물론 중요하지만, 독립이 가능했던 건 광복군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독립의 출발점을 기념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연주곡으론 하이든 교향곡 1번을 골랐다. 단원을 뽑을 때부터 염두에 둔 곡이다. 여기엔 다른 뜻도 숨어 있다. 정 감독은 "생계난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하이든이 자유를 얻고 독립된 음악가의 길을 걸으면서 만들었던 첫번째 작품이 교향곡 1번"이라 말했다. 독립, 미래, 희망이 키워드다. '호키'란 악단 이름에 걸맞게 슈만의 가곡 '두 사람의 척탄병'도 연주한다. 노래는 최 감독이 직접 부른다.
호키는 클래식에만 머물 생각은 없다. 항일운동 때 불렸던 '대한혼가' 같은 노래를 환상곡 형식으로 편곡해 들려줄 생각도 있다. 전국에 있는 독립 유적지를 무대로 공연해 우리가 잘 몰랐던 주변의 역사를 알리는데도 앞장 설 예정이다. 최 감독은 "오케스트라가 자리를 잡는대로 내년에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과 협연도 추진하고, 방탄소년단과도 공연을 해보고 싶다"며 "나중에는 '독도 교향곡' 같은 것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다양한 악기를 갖춘, 70인 규모의 악단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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