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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표시제. 주로 외래 유전자가 삽입된 농작물과 가공식품에 ‘유전자변형’이란 말을 써놓으라고 요구하는 제도이다. 얼마나 엄격히 표시하는지는 국가별로 다양하다. 흔히 생산업체나 수입가공업체는 안전성이 이미 규명됐고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등의 이유로 ‘약한’ 표시를 원한다. 반대 입장인 소비자나 시민단체는 안전성 논란이 끝나지 않은데다 알고 선택할 권리가 중요하다며 ‘강한’ 표시를 바란다.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21만여명이 참여한 GMO ‘완전’ 표시제 요구가 그 대표사례이다. 2년이 지나도록 정책의 변화조짐은 잘 감지되지 않지만, 현행 표시제에 대한 양쪽 입장은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약간 다른 이름의 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1일 경기도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Non-GMO(비유전자변형식품) 인증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도의 식품 업체가 Non-GMO 인증을 신청해 합격하면 포장에 이를 표시하게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식품을 선택할 때 GMO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다소 의아했다. 별다른 실적이 나타날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정책의 성패보다는 그 배경이 제대로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클 것 같다.
Non-GMO 인증의 요구는 국민청원에서도 제시된 바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외래 유전자와 단백질의 흔적이 검출되기 어려운 식용유나 당류에는 GMO 표시가 면제돼 있다. 국민청원에는 이 조항을 없애는 일은 물론 Non-GMO 표시제에 대한 시행 요구가 있었다. 당장 초ㆍ중ㆍ고교에서도 필요한 사항이었다. 많은 지자체장과 교육감의 선거공약으로 Non-GMO 급식이 제시됐고, 관련 조례도 여러 차례 제정됐다. 하지만 국내 표시제에서는 무엇이 GMO인지 아닌지 명확히 구별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규정에는 Non-GMO 표시를 할 수 있다고 분명히 나와 있다. 다만 매우 까다로운 전제조건이 달려 있다. ‘비의도적 혼입치’가 0%여야 한다. 업체가 아무리 Non-GMO를 만들려 해도 재료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GMO가 섞일 수 있다. 이처럼 의도하지 않았지만 GMO가 섞인 경우 표시를 안 해도 된다고 허용한 비율을 비의도적 혼입치라고 한다. 유럽연합은 0.9%, 한국은 3%, 일본은 5%로 설정했는데, 어느 나라에서든 0% 제품을 만드는 일이 불가능에 가까운 것처럼 보인다.
이번 경기도의 인증제에도 동일한 조건이 부여돼 있다. 어쩌면 인증을 신청하거나 받는 업체가 하나도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도의 의미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실적이 없다면 그 이유, 즉 비의도적 혼입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성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 수입 GMO가 방출돼 전국 곳곳에서 자라고 있는 실태에 대한 보고서가 매년 발간되고 있지만 좀처럼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변에서 GMO로 의심되는 농작물이 발견되면 신고할 수 있는 정부 웹사이트가 운영되고 있지만 그런 게 있는지 알고 있는 국민은 드물다. 물론 Non-GMO 인증을 받는 업체가 많아도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국의 GMO 실태를 좀 더 생생하게 실감하는 계기가 마련되는 일이 우선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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