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수컷 큰돌고래 '고아랑' 폐사 ...울산서만 8번째?
"야생 큰돌고래 수명은 40년, 절반 밖에 못 살아"?
동물단체 "방류나 보호구역 마련 등 대책 세워라"

지난 2016년 동물자유연대가 촬영한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속 큰돌고래들. 동물자유연대 제공
또 한 마리의 수족관 돌고래가 세상을 떠났다.
22일 울산 남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돌고래 ‘고아랑’(18세·수컷)이 폐사했다. 고래생태체험관에서 고래가 폐사한 것만 이번이 여덟 번째다. 21일 여수 한화 아쿠아플라넷에서 벨루가(흰고래) ‘루이’(12세·수컷)가 죽은 지 하루 만에 수족관 고래류의 희생이 또 다시 발생하면서 수족관 돌고래의 처우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3일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과 동물보호단체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24분쯤 ‘고아롱’이 폐사했다. 고아롱은 2009년 10월 고래생태체험관 개관 때 일본 다이지에서 들여온 큰돌고래다. 공단 측은 지난 19일 수의사 정기 진료 때는 특이사항이 없었으나 다음날 오후부터 고아롱의 체온이 상승해 수의사 처방을 받아 약을 투여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먹이를 먹으려는 의욕이 떨어지면서 지난 21일 추가로 수의사 진료를 받았으나 22일 오전 구토 증세를 보인 지 2시간 여만에 폐사했다. 공단은 정확한 폐사 원인을 밝히기 위해 고래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핫핑크돌핀스가 큰돌고래 '고아랑'의 폐사를 애도하며 만든 포스터. 핫핑크돌핀스 제공
고래생태체험관은 국내에서 돌고래를 사육 중인 수족관 중 유일하게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곳이다. 하지만 수입한 돌고래 8마리와 이들이 출산한 새끼 돌고래 4마리 중 8마리가 폐사한 곳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생후 24일된 새끼 돌고래가 폐사해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동물단체 "더 이상 죽음 막기 위해 결단 내려야 할 때"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돌고래 폐사 일지. 핫핑크돌핀스 제공
동물단체들은 이곳을 ‘돌고래 잡는 강제 수용소’, ‘돌고래들의 무덤’이라고 비판해왔다. 루이에 이어 고아랑이 폐사하면서 이제 국내 수족관에 남은 고래는 30마리가 됐다.
동물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며 남은 돌고래들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양동물전문 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는 “고아롱의 추정 나이는 18세로 보통 야생 큰돌고래 평균 수명이 40년임을 감안하면 절반도 제대로 살지 못하고 죽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래생태체험관에서 1,2년 마다 한 번씩 돌고래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울산 남구청은 돌고래들이 죽어가는 현실을 부정하지 말고, 네 마리 생존 돌고래의 방류 대책을 즉각 마련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이번 기회로 정부는 전국 수족관의 실태를 조사하고 체험프로그램을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감금 스트레스도 모자라 관람객과 원치 않는 접촉에 시달리게 하는 체험 프로그램은 당장 금지해야 한다”며 “남겨진 동물에 대해서는 과학적 평가를 통해 방류든 보호구역 마련이든 개체 별로 최선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16년 당시 동물자유연대가 촬영한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는 “울산 남구청이 자랑하는 고래문화특구는 고래를 살리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며 “이들을 돈벌이에 이용하고 죽이기 위함이 아니다. 고래생태체험관을 즉각 폐쇄해야 함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양수산부는 더 늦기 전에 보호구역(생츄어리) 조성에 대한 결단을 내려, 또 다른 희생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동물권, 환경 시민사회단체 12곳은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쿠아플라넷의 벨루가 사육 중단과 생존 벨루가 두 마리의 방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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