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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노사정 합의안' 끝내 부결... 지도부 총사퇴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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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노사정 합의안' 끝내 부결... 지도부 총사퇴 수순

입력
2020.07.23 21:30
수정
2020.07.24 01:04
12면
0 0

'코로나 대응' 22년 만의 노사정 대타협 불발
찬반 갈등 극심… 상당 기간 내홍 겪을 듯


임시 대의원대회 투표 결과를 확인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합의안이 부결되면 전원이 책임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뉴스1

임시 대의원대회 투표 결과를 확인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합의안이 부결되면 전원이 책임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뉴스1

노사정 대타협의 마지막 불씨도 끝내 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이 23일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됐다. 기대를 모았던 22년만의 노사정 대타협이 불발로 끝난 것은 물론, 김명환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전원 사퇴를 앞두고 있어 민주노총은 상당 기간 내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부결을 계기로 사회적 대화 찬성파 지부들의 탈퇴가 잇따르면서 제1 노조의 위상이 와해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8시~오후 8시 온라인으로 71차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노사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에 참여한 1,311명 중 반대 805명 찬성 499명 무효 7명으로 해당 안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대의원 수는 1,479명으로, 대의원대회 안건이 가결되려면 과반 투표, 과반 찬성이 나와야 한다.

노사정 합의안은 정세균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지난 5월 출범한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마련했다. 신종 코로나 여파에 대응한 고용 유지, 기업 살리기, 사회 안전망 확충 등을 위한 6개 노사정 주체의 협력 방안을 담고 있다. 민주노총이 이에 서명한다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만에 노사정이 손을 다시 맞잡는다는 의의가 컸다. 하지만 민주노총 내부의 강경파가 거세게 반대하고 김 위원장 역시 이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하면서,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는 당분간 요원해졌다. 특히 이번 사회적 대화를 민주노총이 먼저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내홍으로 걷어 찬 꼴이 되면서 민주노총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도 거세질 전망이다.

"자본과의 야합" vs "정파가 군림"... 민주노총의 내부 갈등

민주노총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중집) 회의장에서 노사정 합의안에 항의하고 있다. 뉴스1

민주노총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중집) 회의장에서 노사정 합의안에 항의하고 있다. 뉴스1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합의안을 둘러싼 시각 차는 극명했다. 민주노총의 일부 산별 노조와 지역본부 대표자들은 '해고 금지'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합의안 서명에 반대해 왔다. 수 차례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도 합의안은 번번이 추인을 얻지 못했다. 임시 대의원대회 개최를 앞두고서는 반대 목소리가 더 커졌다. 중집 위원 31명은 최근 성명을 내고 "대의원대회 부결로 노사정 합의안을 폐기시키자"며 "단순한 안건의 부결이 아닌, 말뿐인 '협력과 연대', 근로 시간 단축ㆍ휴업 등 코로나19를 핑계로 한 구조조정을 부결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대의원 중 과반이 넘는 810명이 노사정 합의안 폐기에 서명을 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김 위원장을 포함한 찬성파는 신종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특수고용직(특고), 임시ㆍ일용직, 영세 사업장 노동자 등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고용 유지의 큰 원칙에 합의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반대파에 사실상 감금당해 협약식에 불참한 이후에도 노사정 합의안에 대한 내부 추인을 계속 시도했다.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가자 지도부 총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해 대의원의 뜻을 직접 묻겠다고 나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영상 연설을 통해 "정파 상층부가 민주노총 위에 군림하고 (정파의) 다수 의견과 물리적 압력, 동원식 줄 세우기에 걸려 사회적 교섭을 끝내는 것은 100만 민주노총 대중 조직을 망치는 길"이라며 "정파의 결정이 아닌 민주노총 대의원 동지들의 결정을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김명환 위원장 사퇴... 민주노총 혼란 속으로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한 제주항공이 '주식 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공시한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앞둔 한 이스타항공 노조원이 통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한 제주항공이 '주식 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공시한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앞둔 한 이스타항공 노조원이 통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 위원장이 노사정 합의안 부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되면, 민주노총은 당분간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온건파로 분류되며, 2017년 사회적 대화 참여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하지만 강경파에 밀려 사회적 대화가 수포로 돌아갔고, 내분만 두드러지게 되면서 민주노총의 향후 행보는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김 위원장의 사퇴로 향후 민주노총 내부 정파간의 권력 투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에 합의안에 반대했던 강경파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대파는 합의안을 폐기하고 정부와 자본을 상대로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는 요원해진다. 일각에서는 찬성파들의 줄탈퇴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지도부가 바뀌고 조직 내부 정비에 시간이 걸리면서 민주노총은 내년 상반기까지 불안정할 것"이라며 "마이너스 경제성장률, 이스타 항공 사태를 도화선으로 하반기 구조조정 등의 위기가 현실화할 때, 민주노총의 대응이 다소 늦고 미흡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회적 대화에 찬성 쪽이었던 민주노총 소속 지부 관계자는 "찬성파들의 연이은 탈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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