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창설 50주년(8.6)을 맞는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장에 전시된 다기능위상배열(AESA·에이사) 레이더 등 최첨단 장비를 살펴보고 연구진을 격려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미국의 대 아시아정책 변화에 대비할 목적으로 1970년 8월 6일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설립됐다. 각종 무기 관련 기술조사와 연구, 개발 및 신 무기체계에 대한 기술검토와 시험평가 등을 담당한다.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전력인 탄도미사일, 유도미사일 개발도 진행 중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있을 때마다 국방과학연구소를 찾았다. 설립의 계기부터가 미국이 한반도문제에 군사적으로 관여하지 않겠다는 ‘닉슨독트린’이었다. 당시 미국에만 의존해 온 국가안보가 위기 상황을 맞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국방개혁 2020'으로 미래 선진 정예 국방을 계획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3월 경남 창원시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에서 열린 차기 전차 'XK2(현재 흑표전차)' 시제품 출고식에 참석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방개혁을 통해 우리 군을 병력 위주의 양적 구조에서 정보과학군 중심의 질적 구조로 발전시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46명의 장병이 희생된 천안함 피습 사건과 전국민을 전쟁의 공포로 내몬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이 잇따르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찾은 곳 역시 국방과학연구소였다. 2012년 4월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과 함께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한 이 전 대통령은 북한의 공격에 대비하는 중거리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유도키트, 천궁 유도탄, 북한 공기부양정을 공격할 수 있는 로거 등 첨단 국방기술을 시찰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우리가 강하면 북한이 도발을 못하지만 약하면 도발을 한다”며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2013년 북한이 제3차 핵실험과 군사 도발을 이어가던 5월 충남 태안군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종합시험장을 전격적으로 방문했다. 이 날은 개성공단 잔여 인력이 전원 철수하는 날이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30년 만에 군 통수권자로서 안흥종합시험장을 찾은 박 전 대통령은 개발을 완료한 사거리 500㎞ 이상의 탄도미사일 '현무-2B'의 비행시험을 참관했다.
문 대통령의 국방과학연구소 첫 방문 역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계속되던 2017년 6월 이루어졌다.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 와 ICBM급 ‘KN-17’ 등을 발사하는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한 엄중 경고의 의미였다. 당시 문 대통령은 전력화를 앞둔 '킬체인' 핵심 무기체계 '현무2' 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를 직접 참관하며 우리 군이 한에 대응할 만한 미사일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 했다.
일각에서 남북대화를 위한 노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시험발사 참관을 반대하기도 했으나 문 대통령은 “나는 대화주의자이다. 그러나 대화도 강한 국방력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며, 포용정책도 우리가 북한을 압도할 안보 능력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북 전단을 문제 삼은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한 달여 만에 국방과학연구소를 다시 찾았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형전투기사업(KFX)의 핵심 장비인 다기능위상배열(AESA·에이사) 레이더를 완성한 연구진을 격려했다. 최근 북한이 군사 도발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의 이날 방문은 '북한을 압도할 안보 능력'을 바탕으로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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