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장 위조 과정을 시간 순으로 제시하며 설명
"원래 정사각형 직인, 위조 도중 직사각형으로"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관련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오전 재판을 마치고 식사 후 다시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딸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를 받는 정경심(58) 동양대 교수의 공판에서, 검찰이 정 교수 아들의 상장 직인 파일과 딸 표창장 직인 파일이 완벽히 동일하다는 디지털 포렌식(컴퓨터ㆍ통신기기ㆍ온라인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것) 결과를 공개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아들 상장에서 캡처한 직인 파일을 이용해 딸의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임정엽)는 23일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공판에서 대검찰청 디지털수사과 이모 수사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 수사관은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발견된 정 교수 소유 개인용 컴퓨터(PC) 2대를 분석해 디지털 포렌식 보고서를 작성했다.
검찰은 2013년 6월 16일 강사휴게실 PC 1대에서 작성된 파일들을 시간 순서대로 제시하며 표창장 위조 과정을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PC 사용자는 그날 오후 4시 20분 정 교수 아들 조모씨의 상장을 그림파일로 저장한 뒤, 이를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문서에 삽입해 저장했다. 그리고 총장 직인 이미지만 떼어내 '총장님 직인'이라는 그림 파일을 만들고, 이를 한글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표창장 문서 하단에 붙였다. 이 과정에서 그림파일 좌우를 늘리는 바람에 정사각형이던 직인이 직사각형으로 변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시연까지 하며 표창장이 위조됐음을 강조했다. 검찰은 표창장 파일의 직인을 마우스로 드래그하며 블록 설정을 했다. 그러면서 "(블록 설정이 된다는 것은) 직인이 그림파일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이 수사관에게 "표창장 직인의 해상도(픽셀 크기)가 아들 상장에서 오려낸 '총장님 직인' 파일의 픽셀 크기와 동일하나"고 물었고, 이 수사관은 "정확하게 동일"하다고 답했다.
검찰은 해당 PC 사용자가 정 교수이고 자택에서 위조했다는 증거도 제시했다. 2012년 7월~2014년 4월 사용된 컴퓨터 주소(IP) 22개를 복원했는데 동양대에서 사용하는 것과 달랐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PC에서 정 교수가 사용하던 한국투자증권 뱅킹시스템에 접속한 기록이 나왔고, 정 교수가 휴대폰으로 캡처한 카카오톡 대화화면이 이 PC에도 연동돼 저장됐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 측은 "포렌식 보고서 양이 방대하고, 검찰이 오늘 공개한 보고서가 뒤늦게 제출돼 준비할 시간이 촉박했다"며 검찰 주장을 반박할 이 수사관에 대한 반대신문을 9월에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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