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당 위원장, 선거 기간 후보 7명에게 돈 받아
변호인 “사무실 운영비 목적 수금” 주장
피고인 “일부 개인용도로 썼다” 자책골?
피고인 황당 답변에 법정은 '웃음 바다'
“개인적으로 쪼매(조금) 쓴 것도 있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2시 대구지법 포항지원 6호 법정. 심문석에 앉은 피고인 이모(71)씨의 말 한마디에 방청석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씨의 변호사가 재판부를 설득해 어렵게 이뤄진 심문 자리였지만, 이씨는 자신의 변호사 의도와 정반대 답을 내놨기 때문이었다. 이씨 변호인은 재판 내내 “피고인은 받은 돈을 정당 홍보에만 썼다”고 주장했지만, ‘개인적으로 일부 유용했다’는 이씨의 말에 표정 관리가 안 됐다. 참다 못한 이씨의 변호사는 웃으며 “그런 쓸데없는 얘기를 왜 하느냐”며 이씨를 나무랐고, 법정은 또 한 번 웃음바다가 됐다.
이씨는 지난 4ㆍ15 총선 기간 허경영씨가 만든 국가혁명배당금당 경북도당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선거기간 경북지역 7개 선거구에 출마한 예비후보자에게 100만~200여만원씩 돈을 받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이날 처음 법정에 섰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경북도당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4ㆍ15 총선에 출마한 7명의 예비후보자들에게 33차례에 걸쳐 1,896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7명의 총선 후보자들도 이씨에게 돈을 건넨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피고인석에 자리를 같이했다.
이씨의 기행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구속기소돼 푸른 수의를 입고 나타난 이씨는 “검찰의 공소내용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잘못했다. 앞으로 착하게 살겠다”는 엉뚱한 답변으로 재판부를 황당하게 했다. 이씨 뒤로 앉은 7명의 피고인도 같은 질문에 “국가발전을 위해 일하며 살겠다”라거나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답했다. 재판장은 결국 피고인 한 명씩 질문을 던질 때마다 “그런 얘기를 할 기회는 따로 있으니 지금은 검사의 공소 사실이 맞다, 틀렸다고만 답해 달라”고 설명을 붙여야 했다.
이날 공판은 대구지법 포항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임영철 부장판사) 심리로 이씨 등 8명에 대한 첫 재판이었지만 30분 만에 종결됐다. 엉뚱한 소리를 하던 피고인들도 결국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이씨를 포함해 이날 피고인 8명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총선으로 후보자 홍보를 위해 사무실과 차량을 빌리고 현수막을 제작해야 했지만, 중앙당의 지원이 하나도 없었다”며 “도당 위원장인 이씨가 선거 운동을 돕는 데 돈이 필요해 후보자들에게 당비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은 예비후보자들에게 돈을 받은 이씨에게 징역 3년에 추징금 1,896만원을, 이씨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7명에게는 각각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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