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가디언, 코로나19 봉쇄 해제 후 이방카 패션 분석
영미권 여성 정치인,? 중요 행사 때 흰 옷 착용 문화
"잘못된 코로나19 정책과 무관하다"는 뜻 보이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는 자신의 패션 브랜드까지 운영했을 정도로 자타공인 ‘패셔니스타’입니다. 이런 이방카가 6월 이후 공식 자리에서 흰색 패션만 선보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는데요. 이방카가 유독 흰색 옷과 흰색 가방을 선호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6월부터 시작된 이방카의 흰색 사랑
이방카의 흰색 사랑은 지난달 초부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고 역사를 지닌 교회 중 하나가 불탔다”고 언급하며 백악관에서 세인트 존스 교회까지 직접 걸어가는 이벤트를 마련했는데요. 이를 위해 백인 경찰 폭력에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무력으로 해산시킨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 행사에 이방카가 1,500달러(약 179만원)짜리 ‘막스마라’ 브랜드의 흰색 가방을 들고 나와 화제가 됐죠. 이후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음식을 기부받아 무상으로 지원하는 푸드 뱅크 행사에 참석했을 때는 주름이 없는 흰 셔츠를 입었다고 합니다. 또 지난 14일(현지시간)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 고야푸드의 검정콩 통조림을 홍보했는데, 이때는 풍성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의 흰색 블라우스를 입었습니다.
흰색을 입는 것이 전략이라는 게 터무니 없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디언은 이방카가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봉쇄조치(록다운)를 해제하고, 트럼프가 다시 정무에 본격 복귀하기 시작한 때인 6월 이후 줄곧 공식석상에서 흰색을 선택한 것에 주목합니다. 이방카는 그동안 전원 생활을 즐기고, 돈 많은 권력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는데, 이는 이방카 같은 사람들은 조건 없이, 오염되지도 않고, 바이러스에도 감염되지 않고 신분을 상승시킬 수 있는 일종의 특권층이라는 점을 드러낸다고 하는데요.
예컨대 가디언은 주름 없는 흰색 셔츠를 입었을 때는 “나는 네 편이다. 동의한다”를 표현하지만 고야푸드의 통조림 홍보 당시 입었던 옷깃이 있는 주름진 블라우스는 “나는 (불매운동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이 콩을 홍보할 힘이 있는 사람이다”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봤습니다. 또 세인트 존스 교회를 갈 때 불필요하게 큰 흰색 가방을 들고 나온 것 역시 트럼프에게 성경을 전달하기 위한 것 혹은 시선 분산을 위한 것 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영미권 여성 정치인에게 흰색 옷이 갖는 의미
사실 미국 여성 정치인에게 ‘흰색’의 의미는 중요합니다. 2월 4일(현지시간) 미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 현장에서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흰 옷을 입었는데요. 미 민주당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흰색 바지 정장을 입었습니다. 영미권 여성 정치인들은 중요 행사 때 흰 옷을 입곤 하는데, 이는 20세기 초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이 흰 옷을 입은 데서 유래한 전통이라고 합니다. 이방카는 자칭 '일하는 여성'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에 종종 성 투쟁의 개념으로 흰색을 입어왔다고 하는데요.
가디언은 코로나19 속 이방카가 흰색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딱 하나라고 말합니다. 행정부가 코로나19 관련 정책을 잘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깨끗하다”라는 겁니다.
이방카의 패션정치는 문화적 영향력(소프트 파워)을 드러내는 도구로 매우 효과적이라고 하네요. 이방카를 막상 깎아 내려고 해도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이방카가 흰색을 고집하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정치적 발언을 하는 대신 패션이라는 시각적 효과를 활용해 자애로운 자선가와 도전적 아이콘이라는 두 가지 이미지를 모두 두드러지게 하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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