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이 22일 서울시 관계자들의 구체적인 성추행 방조 행태를 폭로했다. 이번 사건이 박 시장 개인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라는 거대 조직의 은폐ㆍ비호 아래 벌어진 범죄라는 정황이 뚜렷해지고 있다. 박 시장의 사망으로 성추행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는 어려워졌지만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하고 묵살한 서울시 관계자들의 행태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시급하다.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측은 고충을 전해들은 관계자들이 지난 4년간 2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피해자보다 높은 직급의 사람도 있었고 이 문제를 책임 있는 사람에게 전달해야 할 인사담당자도 있었지만 그 누구도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담당자들은 피해자에게 ‘남은 30년 공무원 생활 편하게 해줄테니 다시 비서로 와 달라’고 회유하거나 ‘예뻐서 그랬겠지’ 같은 말로 무마하기에 바빴다. 조직 최고 권력자로부터의 성추행 피해만으로 힘겨운 피해자에게 이런 행태는 조직 내에 아무도 도와 줄 사람이 없다는 고립감으로 이어지고 피해자의 고통은 가중됐을 것이다. 피해자가 전날 경찰에 출석해 추행방조 혐의에 대해 진술했다고 하니 경찰은 강제수사를 해서라도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박 시장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에 필수적일 뿐 아니라 사회 여러 조직에 만연한 권력형 성범죄의 은폐와 재발을 막는 데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측 대리인은 박 시장을 경찰에 고소하기 전날인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측과 면담 요청을 한 뒤 고소 내용과 피고소인의 신원을 알려 줬다는 새로운 사실을 공개했다. 경찰과 청와대의 부인으로 속도가 나고 있지 않는 피소사실 사전 유출 혐의 수사에 변수가 떠오른 셈이다. 고위 공직자 성비위 사건에서 피해자 보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인 만큼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의혹을 받지 않도록 검찰의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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