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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판결과 표현의 자유

입력
2020.07.23 06: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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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재명 경기지사 대법원 선고. 연합뉴스

16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재명 경기지사 대법원 선고. 연합뉴스


1주일 전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정치적으로 거의 죽다 살아났다. 지난 20개월간 계속해서 괴롭히던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취지 판단을 내린 뒤 이 지사는 서울과 부산 시장 무공천 주장, 행정수도 이전 찬성 등 논란에 불을 붙이는 광폭 행보를 벌이며 특유의 정치적 순발력을 선보이고 있다. 법원이 이 지사의 족쇄를 풀어 준 모양새다. 이 지사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피소됐다. 이후 1심 무죄, 2심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으며 천당과 지옥을 오가던 이 지사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고 완전히 자유로운 몸이 됐다. 정치적 사망과 유력 대선 후보의 갈림길에서 간절히 바라던 방향으로 달려가게 된 것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현의 자유가 이 지사를 살린 것이다. 이번 판결의 핵심적 대상은 이 지사가 2018년 벌어진 경기도지사 후보 TV토론에서 형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개입 여부를 묻는 상대 후보의 질문에 사실과 일부 다른 답변을 한 점이다. 대법원은 이 지사의 '사실과 다른' 답변을 적극적인 공표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넓게 해석했다.

그러면 도대체 표현의 자유란 무엇인가. 1948년 유엔 총회에서 발표한 세계인권헌장 19조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 이 권리는 제약 없이 정보와 생각을 찾고, 받으며, 전달할 권리를 포함한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어떤 내용이든지 말하고 들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표현의 자유에 제약이 없는 나라는 거의 없으며 여러 형태로 제한 장치를 만들어 두고 있다. 우리 헌법에서 표현의 자유를 다룬 조항은 21조로 1항에서 표현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21조 4항에서는 표현이 타인의 권리와 공중도덕, 사회 윤리를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를 붙이고 있다. 이러한 헌법 조항에 기초해 표현의 자유는 제한된다. 이번 판결의 소수의견이 표현의 자유가 선거의 공정성 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보장돼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연유다.

이와 같은 이유로 판단의 결정적인 문제는 이 지사의 ‘사실과 다른’ 답변이 허위사실의 공표인지 여부가 된다. 이 지사의 답변이 허위사실 공표라면 선거의 공정성을 해쳐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져 보호 가능한 범위에서 벗어나는 표현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보호받아야 할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달리 말하자면 표현의 자유와 선거의 공정성이라는 기본 가치의 긴장 관계에서 우리 사회가 합의하는 균형은 어디 있는지가 판단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언론학 수업 시간에 교과서로 널리 쓰이는 책에 표현의 자유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로 민주주의가 보다 활발해지고 사회 구성원이 더욱 높은 식견을 갖추기 위해 표현의 자유는 필수적이라고 이야기한다. 대법원은 이 지사의 ‘사실과 일부 다른’ 답변이 민주주의의 발전에 필요한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토론을 위해 보호받아야 할 표현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7대 5의 비율로 내린 이번 판결은 현 시점 우리 민주주의에서 표현의 자유와 선거 공정성 사이의 균형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보여 준다.



이재국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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