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보육노조, 사진 등 공개
현장조사 일정도 사전에 통보
제주지역 일부 어린이집에서 부실ㆍ불량 급식이 제공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주지역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구성된 제주평등보육노조는 22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내 어린이집 부실ㆍ불량 급식 실태를 폭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전ㆍ현직 보육교사들이 직접 나서 부실하기 짝이 없는 급식 사진을 공개하고, 제주도 차원의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노조 측이 공개한 급식 사진은 충격적이다. 아무런 반찬도 없이 콩나물국이 담긴 국그릇에 밥을 말아 놓은 게 전부였다. 노조는 "제주 시내 한 어린이집은 당국에서 점검이 나오는 날을 제외하고 1년 내내 아무런 반찬 없이 국에 밥만 말아 아이들에게 점심으로 먹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보육교사는 “학기 초에는 식사 때마다 죽을 새로 만들었지만, 이후에는 조리 2시간 이후 폐기해야 한다는 원칙도 무시하고 오전 간식용으로 만든 죽을 데워 다시 오후 간식 때도 제공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또 다른 보육교사는 "국산 식재료만 사용한다는 한 어린이집이 외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와 스페인산 돼지고기를 사용했다"고도 했다. 또 "행정당국이 현장 점거 과정에서도 식품 원산지에 대한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고, 주방 위생 상태 등만 수박 겉핥기 식으로 훑어보고 갔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이날 “부실ㆍ불량 급식의 대상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12∼27개월 연령대의 아이들”이라며 “일부 어린이집은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어린이집 식단표와 상관없이 급식을 제공하고 있는데도, 아이들이 부모에게 무엇을 먹었는지 정확히 전달할 수 없어 부모들은 식단표대로 급식이 제공되고 있는 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는 “정부가 이달 초 전국 유치원ㆍ어린이집 설치 급식소에 대한 위생 점검에 나서면서 현재 도내 어린이집에서도 대대적인 위생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제주도 보육행정 당국의 전수조사에 대해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보여주기식 점검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실제 일부 어린이집은 아이들에게 제공했던 급식과 다른 내용의 급식 관련 서류를 한꺼번에 준비하거나 그 동안 아이들이 먹었던 음식 재료를 숨기고, 불량한 위생 상태를 덮기 위해 대대적인 급식실 청소를 벌이고 있다. 또한 보육행정 당국이 전수조사 일정을 사전에 해당 어린이집에 통보하는 등 ‘눈 가리고 아웅’식의 점검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에 따라 급식과 관련한 어린이집 시설 운영을 감시하고 개선하기 위해 어린이집 부실ㆍ불량급식 문제 신고센터를 운영키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앞으로 현장 보육교사들로부터 직접 부실ㆍ불량 급식 사례를 신고 받아 재차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하고 보육당국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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