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자원봉사자 신분이라 하더라도 매일 근무하면서 정기적으로 돈을 받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근로계약서를 쓴 대신 위촉장을 받고 일을 시작했더라도, 실질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았다면 근로기준법 보호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경기 성남시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를 상대로 낸 이행강제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성남시 한 주민자치센터에 자원봉사자로 위촉돼 2009년 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근무하면서 봉사 실비 명목으로 하루 2만원씩 받았고, 종종 한달에 12만~22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재위촉 이후에는 이후에는 2015년 12월까지 주민자치센터의 총괄관리자 업무 및 회계책임자 업무를 맡아 하루 8시간씩 주 5회 근무를 했다. 총괄관리자 업무에 대해서는 매달 55만~60만원, 회계책임자 업무와 관련해서는 매달 10만~20만원을 추가로 받아 월 평균 135만원을 벌었다.
A씨는 2015년 11월 자원봉사자 공개모집 공고에 다시 지원했으나 재위촉되지 않자 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이후 지노위는 A씨를 부당하게 해고했다고 보고 복직을 명령한 뒤, 성남시가 복직 명령을 불완전하게 이행하자 이행강제금 부과를 통지했다. 이에 성남시는 불복소송을 냈다.
1, 2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은 A씨를 근로자로 보고, 지노위의 이행강제금 부과 처분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A씨가 근로자가 아니라며 성남시 손을 들었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공익활동의 일환으로 주민센터에서 시설관리 및 프로그램 보조업무를 한 것이고, 성남시 역시 A씨를 자원봉사자로 위촉해 처우해온 것"이라며 "A씨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은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근로자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보다,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A씨가 받은 돈이 월 최저임금액과 유사한 점 등으로 미뤄보면, 성남시도 A씨의 근로 제공이 자원봉사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인식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