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타, 덴파사르 등 7만가구 5시간 정전
연줄에 걸려 넘어져 교통사고로 사망도
6~8월 연 날리기는 발리 전통 문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대형 연이 변전소에 떨어져 대규모 정전 사고가 났다. 목에 걸린 연줄 탓에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22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발리 경찰은 전날 주민 A(50)씨를 부주의한 행동으로 공공의 안녕을 위협한 혐의로 붙잡았다. A씨가 날린 연이 한 변전소에 떨어져 변압기 3개에 합선을 일으키게 한 혐의다. 이 사고로 19일 오후 4시45분부터 5시간 가까이 쿠타와 덴파사르 등 발리 3개 지역 7만1,121개의 주택과 건물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아이와 함께 19일 항구 근처 공터에서 발리 전통 연인 물고기 모양의 바베안(babean)을 날렸다. A씨는 연에 달린 줄이 150m 길이까지 늘어나자 줄을 나무에 묶어두고 집으로 돌아갔다. A씨는 줄이 끊어져 연이 날아가는 것을 봤지만 찾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커다란 연이 변전소에 떨어져 합선을 일으켰다"라며 "A씨는 관련 법에 따라 최소 1개월에서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바베안은 보통 4m 크기의 연인데, A씨가 제작한 연의 정확한 크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연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연을 날리기 전 장소와 줄 길이 등을 점검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18일엔 발리의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주민이 늘어진 연줄에 목이 걸려 넘어지면서 마주 오던 차량에 치여 숨지기도 했다.
연 날리기는 발리의 오랜 전통 농경문화다. 발리의 겨울에 해당하는 6~8월 강한 바람을 이용해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주로 논이나 해변에서 연을 날린다. 모양에 따라 바베안(물고기 모양), 장간(용 모양), 프축(나뭇잎 모양), 자유로운 창작 연으로 나뉜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해변 등에 출입이 제한되자 집 또는 동네 공터에서 연 날리기를 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15~18일엔 대규모 연 축제도 예정돼 있다. 수도 자카르타에서도 요즘 주말이면 도심 곳곳에 연이 떠있는 걸 볼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