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법인 사무검사ㆍ민간단체 등록 요건 점검?
탈북단체 "대북전단 관계 없는데 점검 부당" 반발
남북관계 악화를 촉발한 대북전단(삐라) 살포 문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삐라를 뿌린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단체 2곳의 법인 등록을 취소한 데 이어 대북단체 일제점검에 나서자 ‘보수 탈북민 단체 솎아내기’ 아니냐는 불만이 커지면서다. 반면 정부는 대북전단 갈등 사전 예방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통일부는 22일 북한인권 및 정착지원 분야 비영리법인 25곳 사무검사와 비영리민간단체 63곳의 등록 요건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제8조)과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제2조)에 근거한 조치라는 게 통일부 설명이다. 만약 점검 과정에서 요건 미흡이 확인되면 통일부가 산하 법인 허가를 취소하거나 민간단체의 등록을 말소할 수 있다.
각 법인과 단체의 운영 적정성을 점검하는 것은 주무관청이 해야 할 일이라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점검 시점이다. 북한이 지난달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높이자 정부는 ‘대북전단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통일부는 이달 17일 전단과 물품 살포를 주도한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의 법인 등록을 취소했고 이후 대북단체 점검도 확대했다. 하지만 한 탈북민단체 관계자는 “대북전단을 뿌리지 않은 단체까지 갑자기 점검을 하겠다니 당황스럽다”며 “정권 코드에 맞지 않는 보수 탈북민을 골라 사전에 겁 주기 위한 게 아니냐”고 반발했다.
정부도 대북전단 살포 문제와의 연계성을 부인하진 않는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북전단 살포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면서도 “일련의 일들을 계기로 통일부 등록 법인과 단체에 대한 일제점검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탈북민만 겨냥하거나 특정 성향의 인물을 배척하기 위한 조치는 아니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사무검사 대상 법인 중 탈북민이 운영하는 곳은 절반(13곳) 정도다.
그러나 정부의 대북전단 조치 적절성은 국제사회 논란으로 옮겨 붙고 있다. 일부 탈북 단체들이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단체 활동의 자유를 훼손하고 있다’며 해외 인권단체와 국제기구 등에 문제제기를 하면서다. 이에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등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시민단체들에 대한 규제와 통제에 있어 균형 있는 운영을 해야 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대북전단 살포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로 근본적 규제가 불가능하지만 남북 간 갈등 고조로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 받는 문제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대북전단 규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내부 공감대 형성이 우선인데 남북관계가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선택지가 별로 없었을 것"이라며 "정부가 책임있는 자세로 국내ㆍ외에 이번 조치의 필요성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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