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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돈 '0원' 들인 한국 최초 군 통신위성, 우주를 날다

입력
2020.07.21 19: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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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시스 2호 발사 성공
'절충교역'으로 록히드마틴이 비용 부담

한국군 첫 전용 통신위성 '아나시스(Anasis) 2호'를 실은 팰컨9 로켓이 21일 오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됐다. 사진은 발사 전 준비 모습. 방위사업청 제공

한국군 첫 전용 통신위성 '아나시스(Anasis) 2호'를 실은 팰컨9 로켓이 21일 오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됐다. 사진은 발사 전 준비 모습. 방위사업청 제공


한국 최초의 군사 전용 통신위성인 ‘아나시스 2호(ANASIS-Ⅱ)’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독자 통신위성을 갖는 것은 군의 오랜 꿈이었다. 그간은 민ㆍ군 겸용 위성인 ‘무궁화 5호’를 민간 업체 KT와 나눠 썼다.

20일 오후 5시 30분(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쏘아 올린 아나시스 2호가 고도 630㎞에서 발사체로부터 분리돼 첫 수신에 성공하면서 군의 꿈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아나시스 2호가 8일쯤 후, 정지궤도(약 3만6,000㎞ 상공)에 안착하면 ‘성능 테스트’를 받게 된다. 장희선 방위사업청 대변인은 21일 “약 3개월간 점검을 거쳐 올해 10월쯤 우리 군에 인도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한국은 세계에서 10번째로 군사 전용 위성을 보유한 국가 대열에 합류한다.

아나시스는 '육해공 위성정보 시스템'(Army Navy and Airforce Satellite Information System)의 약자다. 그간 무궁화 5호를 군이 아나시스로 불렀고, 새 위성에 아나시스 2호라는 이름을 붙였다.

‘무궁화 5호’ 있는데, 군 전용 통신위성 또 필요?

통신망은 현대 군사작전에서 생명선에 비유될 정도로 중요한 전략 자원이다. 이에 군은 적 공격과 전파 방해를 막고 보다 넓은 지역을 커버하기 위해 2006년 KT와 함께 무궁화 5호를 쏘아 올렸다.

그러나 군 전용 위성이 아니다 보니 속도가 느린데다 전파 교란(Jamming) 공격에 취약했다. 적으로부터 전파 교란 공격을 당하면 미군 군용 위성의 통신망을 사용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방사청 관계자는 “아나시스 2호는 이전 통신 위성과 비교해 데이터 전송용량이 2배 이상 늘었고 적의 전파교란 공격을 견디는 능력도 향상됐다”며 “군 단독으로 운용이 가능해 상시적이고 안정적인 통신망을 제공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나시스 2호는 한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자체 군 통신위성 확보로 유사시 미군 군사 위성 주파수를 쓰지 않고도 독자 작전 수행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전작권 전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게 군 설명이다.

우리 군의 독자 통신위성 아나시스(ANASIS) 2호를 실은 팰컨9 로켓이 20일 오후(미국 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X 유튜브 캡처 뉴시스

우리 군의 독자 통신위성 아나시스(ANASIS) 2호를 실은 팰컨9 로켓이 20일 오후(미국 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X 유튜브 캡처 뉴시스


우리 돈 ‘한 푼’ 안 들여... 록히드마틴 변심에 '부글'

아나시스 2호를 쏘아 올리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군 당국이 ‘비용을 한 푼도 들이지 않은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군은 2014년 9월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스텔스전투기 F-35A 40대를 7조 4,000억원에 사들이는 대가로 군 통신위성 1기를 제공 받기로 했다. 무기를 구매하는 국가에 기술 이전이나 부품 발주 등 반대 급부를 제공하는 ‘절충 교역’이었다. 당시 우리 군 차세대 전투기 사업 입찰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 보잉사의 F-15K 대신 록히드마틴사의 F-35A를 구입하는 대가로 통신위성을 받기로 한 것이었다.

'아나시스 2호의 발사체를 개발하는 업체인 에어버스(Airbus)나, 발사체 발사를 담당하는 업체 스페이스X에 비용을 지불하는 건 록히드마틴이며, 한국군은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다'고 우리 군과 록히드마틴은 약속했다. 그러나 록히드마틴의 변심이 군을 애태우게 만들었다. 합의 당시 추정한 비용보다 실제 소요 비용이 더 많이 들 것 같다는 이유로 2015년 9월 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면서 우리 정부에 비용 분담을 요구했다.

미국 정부의 중재로 1년 6개월 만에 사업이 재개됐다. 그러나 계약 당사자인 방사청이 사업을 지연시킨 록히드마틴에 수백억원으로 추산되는 지연 배상금을 물리지 않아 논란이 이는 등 잡음이 이어졌다.

아나시스 2호 개발과 발사에 들어간 비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2006년 무궁화 5호 사업에는 총 3,000억원이 소요됐다. 군 관계자는 "비용은 록히드마틴사와 계약한 에어버스나 스페이스X만 알고 있다"며 "기술 발달로 과거와 달리 위성의 희소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14년 전 가격 보다 반드시 올랐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군 첫 전용 통신위성 '아나시스(Anasis) 2호'를 실은 팰컨9 로켓이 21일 오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돼 우주로 향하고 있다. 스페이스X 유튜브 캡처. 연합뉴스

한국군 첫 전용 통신위성 '아나시스(Anasis) 2호'를 실은 팰컨9 로켓이 21일 오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돼 우주로 향하고 있다. 스페이스X 유튜브 캡처. 연합뉴스


정찰위성 개발도 속도 붙을 듯

아나시스 2호가 올해 10월 우리 군에 인수되면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군지휘통신사령부가 운용할 예정이다. 장희선 방사청 대변인은 “국방과학연구소가 연구 개발한 지상 단말기를 시험 평가한 뒤 올해 안에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군 통신위성을 보유하게 되면 향후 정찰위성 개발에도 속도가 붙게 된다. 우리 군은 정찰 위성을 2023년까지 전략화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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