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유력 대선주자 신경전 이른 점화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 레이스가 조기에 점화하는 분위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 2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내년 4월 예정된 서울시장ㆍ부산시장 보궐 선거 후보 공천과 부동산 대책 등 주요 현안을 놓고 건건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이 의원은 21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내년 4월 보궐선거 후보 공천에 “지금부터 당내에서 논란을 벌이는 건 현명하지 않다”며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고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했다. 그는 “집권여당으로서 어떻게 결정하는 게 책임 있는 처사인가 당내외 지혜를 모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금) 당내에서 왈가왈부하는 게 현명한가”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이날 발언은 전날(20일) 이재명 지사의 서울시장ㆍ부산시장 공천 포기 요구에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 지사는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장사꾼도 신뢰를 유지하려고 손실을 감수한다”며 “(후보를 내면 국민은) 또 거짓말하는 구나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당 정치인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규정한 민주당 당헌ㆍ당규를 따르자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도 “부동산 문제는 정부건 여당이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며 “중구난방으로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다. 이 발언 역시 전날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움직임에 공개 반대한 이 지사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이 지시가 ‘엘리트’로 지칭하며 소년 노동자 출신 ‘흙수저’인 자신과 차이점을 부각시킨 데도 반발했다. 이 의원은 “제가 서울대학 나왔다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다”며 “당시에는 다 어렵게 살았다. 저도 가난한 농부의 7남매 중 장남”이라고 했다. 또 “그런 것을 가지고 논쟁을 한다는 게 국민 눈에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 후보간 신경전은 지난주 대법원의 무죄취지 판결로 정치적 족쇄가 풀린 이 지사가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현안에 거침없이 발언을 쏟아내면서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이 의원을 향한 언급까지 이어지자 그간 민감한 현안에 “당 안팎의 의견을 더 듣겠다”, “지금 말하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식으로 말을 아끼던 이 의원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이 의원이 차기 당권을 전제로 리더십 확보에 나섰다는 관측도 있다. 민감한 현안에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의견을 통일해 ‘원 보이스’를 내야 하는 게 당 대표의 덕목이라는 점을 벌써부터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당 현안에 거침없이 의견을 내는 이 지사가 일견 ‘사이다’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의원에게는 ‘지도부 흔들기’로 보일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전날 비공개 고위전략회의에서 이 지사의 ‘공천 포기’ 주장에 “지금 애기를 하면 계속 여론에 얻어맞기만 한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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