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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이어 장학금까지 유용... 한없이 추락하는 서울대 서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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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이어 장학금까지 유용... 한없이 추락하는 서울대 서문과

입력
2020.07.21 16:5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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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가 서어서문학과 교수들의 대학원생 장학금ㆍ인건비 회수 및 유용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21일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가 서어서문학과 교수들의 대학원생 장학금ㆍ인건비 회수 및 유용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서울대 서어서문학과(서문과)에서 교수들이 '일괄적 관리'를 구실로 수년간 대학원생들의 장학금ㆍ인건비를 유용하다 감사에 적발된 사실이 드러났다. 마땅히 학생들에게 갔어야 할 돈을 유용한 의혹을 받는 교수 중에는 지난해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해임된 교수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이 학과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분위기다.

21일 서울대 상근감사실의 '특정감사 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서문과 교수들은 2014년 9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대학원생들을 기초교육원에서 배정ㆍ관리하는 강의 조교로 선발한 뒤, 이들에게 지급된 강의조교 장학금 중 일부인 5,500여만 원을 학과사무실에서 관리하는 조교 개인 명의의 ‘일괄 관리금 계좌’로 돌려받았다. 심지어 선발된 강의 조교 중 일부에게 강의 지원 업무를 시키지도 않으면서 학사과가 이들에게 약 1,600여만 원을 지급하게 만들었고, 다시금 일괄 관리금 계좌로 송금하게 했다.

당시 대학원생이던 졸업생 B씨는 “대학원생 시절 A교수 부탁으로 농협 계좌번호와 통장에 딸린 현금카드를 제공한 적이 있다”며 교수들의 인건비 세탁에 동원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B씨는 “유학 시절에도 A교수는 대학원생에게 주는 인건비를 내 계좌를 통해 받고 있었다"며 "최근까지도 서문과 교수들이 후배들 장학금과 인건비를 당당하게 다른 용처에 사용한다는 사실에 충격적이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A교수는 대학원생 제자를 성추행한 의혹이 불거져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해임된 인물이다.

교수들은 학생들이 받았어야 할 합계 약 1억 3,000만원의 장학금과 인건비를 금액을 학과 행사비ㆍ운영비ㆍ술값으로 지출으면서도, 이를 ‘관행’이라고 해명했다. 서문과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보낸 공동 명의의 사과 메일에서 대학원생 돈을 빼돌린 행위를 "장학금 수혜의 불균형을 최소화해 학생들 사이의 위화감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포장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비위행위는 지난 2018년 A교수의 성폭력을 고발한 대학원생 김모씨를 통해 최초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징계는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 성추행 혐의로 지난해 8월 해임된 A씨를 제외한 5명의 교수들은 경징계인 감봉 처분만 받았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는 대학원생들의 장학금ㆍ인건비를 갈취한 교수들의 행위를 ‘교수들에 의한 조직적 학업 방해’로 규정했다.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는 대학본부에 △학과 내부의 문화와 의사결정 방식 쇄신 △대학원 내부의 인권ㆍ노동권 문제 재발방지 대책 마련 △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상황에 대한 조사와 피해 대학원생들에 대한 배상 등을 요구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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