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 합의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임시 대의원대회를 이틀 앞두고 찬ㆍ반 토론을 추진했지만, 반대파가 불참하면서 반쪽짜리 토론회가 됐다. 이미 민주노총 대의원의 과반수 이상이 ‘합의안 부결’에 손을 들고 있는 터라 22년만의 노사정 합의가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21일 오후 민주노총이 개최한 ‘노사정 합의 최종안 대의원 찬ㆍ반 토론회’에는 찬성 측 토론자 3명만이 참가했다. 당초 민주노총은 지난 19일까지 참여자를 모집해 이중 찬성측과 반대측 각 3명의 토론자를 선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반대측 참여 신청이 없어 기한을 두 차례나 늘렸고, 토론 시작 2시간 전인 이날 11시까지도 신청자가 나타나지 않아 찬성 측만 배석한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에 참석한 강신만 전교조 부위원장,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 황병래 국민건강보험노조 위원장 등은 반대 토론자가 없는 것에 일제히 유감을 표시했다. 황 위원장은 “이번 합의안을 수 차례 읽어봤고 미흡한 점도 있음을 인정한다”며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이번 합의에 서명해 사회적 책임을 지고 노조에 속하지 않은 취약 노동자까지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은 사회자인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가 반대측을 대신해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론회 파행은 예고된 바다. 전날(20일) 이미 반대측 대의원들 일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노사정 합의 최종안을 폐기시키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반대 대의원들은 “합의안 부결을 위한 대의원 연서명에 전체 대의원 1,481명의 과반(741명)인 810명이 합의안 폐기 요구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노사정 합의 최종안은 재난시기 해고금지, 총고용 보장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총의 요구와 거리가 먼 만큼 압도적으로 부결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계속되는 갈등에 김명환 위원장도 이례적으로 ‘정파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20일 온라인에 공개한 영상에서 “정파 상층부가 민주노총 위에 군림하고 다수 의견과 물리적 압력 등에 걸려 사회적 교섭을 끝내는 것은 100만 민주노총 대중조직을 망치는 길”이라며 “합의안 승인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민주노총으로 전진하자”고 호소했다. 내부 불협화음에도 정파 갈등에 대한 언급을 피하던 김 위원장이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이미 과반이 넘는 대의원들이 합의안 반대 연서명에 참가한 상황에서 오는 23일 대의원대회가 열리더라도 노사정 합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외환위기 이후 민주노총 제안으로 22년만에 추진된 원포인트 노사정 합의는 불발된 채 공식 종료된다. 다른 노사정 대화 참여주체들은 이미 ‘민주노총이 빠진 5자 합의는 없다’고 의견을 모은 상태다. 다만 오는 대의원대회가 비밀 전자투표로 치러지는 만큼 실제 투표결과는 연서명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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