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 온 커피가 황실 커피랑 맛이 똑같아. 첫 맛은 풍부하고 끝맛은 깔끔해. 대한민국은 이걸 시중에서 판다고."
커피 광고 멘트로 그럴 듯하지 않은가. 틀렸다. 지난달 종영한 SBS 드라마 '더킹: 영원한 군주' 속 대사다. 화면은 광고 러닝타임보다 긴 40초 동안 커피 음료 제품을 비춰준다. 다른 장면에선 컵라면을 먹던 등장인물이 뜬금없이 포장김치를 봉지채 꺼내 놓고 먹더니 "아, 시원해. 김치 좀 먹을 줄 아네"라는 대사를 친다.
시청자들이 가만 있을 리 없다. "1시간짜리 광고냐"며 혹독한 반응을 내놓았다. 대놓고 한 PPL(제품 간접광고ㆍProduct Placement)의 나쁜 예다. 그렇다면 PPL은 PPL이되 착한 PPL은 어떨까.
27일 첫 방송되는 SBS 예능 '텔레비전에 그게 나왔으면(텔레그나)'은 PPL과 선한 영향력 간의 결합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국내 최초 PPL 버라이어티 예능'을 내걸었으니 '대놓고 PPL'인데, 그 대신 중소기업 제품이나 농산물 같은 것을 내세운다.
이는 절충점의 모색이기도 하다. 텔레그나 연출을 맡은 김정욱(34) PD는 "방송 환경 변화로 광고는 줄고 PPL 요구는 많아지는 상황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방송 환경 변화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지상파 방송사들의 매출은 크게 악화됐다.
김 PD는 "사람들이 PPL을 싫어하는 이유는 누가 봐도 PPL인데 아닌 척 한다는 데 있다"고 봤다. 그래서 아예 '대놓고 PPL'에다 예능을 결합시킬 생각을 했다. PPL로 즐거움을 주겠다는 역발상이다.
텔레그나는 지난 4월, 그렇게 탄생한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다. 유세윤 장도연 양세형 김동현 등 출연자들이 제품 하나씩 맡아 직접 PPL한다. 필터 샤워기의 경우 '샤워기로 양치, 세수, 등목하기' 같은 미션을 다른 출연자들 몰래, 빨리 수행하면 이기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출연자간 치열한 심리전, 그리고 몸개그가 웃음을 끌어낸다.
처음에는 내부에서조차 반신반의였다 한다. 그런데 파일럿 첫 방송에서 분당 최고 시청률이 6.5%까지 나왔다. 타 방송사에선 "우리는 왜 이런 거 안했냐"는 말도 돌았다 한다.반응도 좋은데다, 대놓고 PPL을 하니 PPL 제안도 두 배 이상 몰린다는 게 SBS 측 귀띔이다. 그 덕에 텔레그나는 정규편성을 넘어 '시즌제'까지 꿈꾸고 있다.
김 PD는 "정규 편성 때는 중소기업유통센터와 손잡고 '브랜드 K'로 기술력을 인증 받은 중소기업들 제품을 소개하고, 판로 개척까지 도울 계획"이라며 "선한 의도로 하는 프로그램이니 '중소기업을 응원해주고 싶다'는 반응만 나와도 만족한다"며 웃었다.
PPL로 웃음을 넘어 의미까지 챙기겠다는 신개념 예능, 텔레그나. 코로나 시대 예능의 새로운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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