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해안선에 꽃지, 운여, 삼봉, 만리포 등 수많은 해수욕장을 품고 있는 태안은 수목원 천국이기도 하다. 겨울에 혹독한 추위가 없고, 여름엔 상대적으로 서늘한 기후 덕이다.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올여름, 조금은 한적하게 즐길 수 있는 태안의 수목원 4곳을 소개한다.
살랑거리는 바다 옆, 천리포수목원
천리포수목원은 미국 해군 대위 출신으로 한국에 귀화한 고 민병갈(칼 페리스 밀러) 원장이 1970년부터 가꿔 온 국내 1세대 수목원이다. 생태 전문가와 후원 회원 등으로 입장을 제한하다가 2009년부터 일부를 일반에 개방하고 있다. 전체 56만m²(17만평)에 호랑가시나무, 목련, 동백나무, 단풍나무, 무궁화 등 1만6,000여종의 식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요즘 가장 눈길을 끄는 식물은 수련과 수국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제법 큰 연못과 습지원이 반긴다. 맞은편에 초가지붕 모양의 민병갈기념관 건물과 어우러져 오래전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연못에는 만개한 수련이 물 위에 비치고, 주변 산책로에는 짙은 남색 수국이 반긴다. 기념관 뒤로 돌아가면 작약, 억새, 양치식물, 비비추, 노루오줌 등이 구획을 나눠 자라고 있다. 그 사이로 산책로가 미로처럼 연결돼 있어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천리포수목원이 여름철에 좋은 이유는 바다를 끼고 있기 때문이다. 기념관에서 낮은 언덕을 넘으면 목재 산책로 아래로 청량한 바닷물이 살랑거린다. 물이 빠지면 바다는 고운 모래해변으로 변신한다. 바로 앞 낭새섬이 보이는 언덕에 노을을 조망할 벤치를 설치해 일몰의 서정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입장료는 성인 9,000원.
계절별로 색깔 변신, 청산수목원
태안반도 중간, 논밭을 끼고 있는 낮은 구릉에 자리 잡고 있다. 청산수목원의 최대 장점은 계절별로 특화된 꽃과 나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연꽃은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했다. 내륙보다 한 달가량 늦어 다음달 말까지 분홍빛 향연이 이어진다. 청산수목원에서 봄을 대표하는 수종은 홍가시나무다. 이른 봄에 여린 나뭇잎이 단풍처럼 붉고 고운 자태로 돋아난다. 봄철만 못하지만 곱기는 요즘도 마찬가지다. 웃자란 가지를 다듬은 자리에 다시 빨간 새순이 돋았기 때문이다. 홍가시는 수목원의 상징인 삼족오미로공원에 집중돼 있다.
수목원은 자연의 시간만큼 연륜이 깊어진다. 청산수목원은 30여년전 꽃과 나무를 재배해 판매하는 묘목 사업으로 출발해 수목원으로 변신했다. 연못 주변과 논두렁에 꾸준히 심은 낙우송과 메타세쿼이아, 삼나무, 측백나무 등이 이제 제법 모양을 갖춰 가고 있다. ‘황금’이라는 접두사가 붙은 나무가 많아 짙푸름과 연둣빛이 조화롭다. 전원 풍경처럼 푸근한 ‘밀레정원’, 수련과 부처꽃이 어우러진 ‘모네정원’ 등 곳곳에 사진 찍기 좋은 정원이 숨어 있다. 무더위가 끝나면 남아메리카 원산 팜파스그라스가 풍성한 가을 풍경을 선사할 예정이다. 입장료는 성인 8,000원.
SNS용 사진 찍기에 딱, 팜카밀레농원
청산수목원과 국도를 사이에 두고 팜카밀레농원이 있다. 좁은 산책로를 따라 사진 찍기 좋도록 아기자기하게 꾸민 정원이다. 팜카밀레는 ‘향기와 맛이 있는 허브농원’이라 자랑한다. 몽산포해수욕장이 아련히 내려다보이는 낮은 언덕에 100여종의 허브와 500여종의 야생화가 자라고 있다. 캐모마일, 장미, 라벤더 등 7개 테마 정원으로 구성되지만 지금은 어느 곳 가릴 것 없이 수국이 대세다. 농장 곳곳에 ‘어린왕자’를 주제로 한 조각을 세우고 그림을 그려 놓아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예쁜 사진을 올리려는 이들도 많이 찾는다. 입장료는 성인 8,000원, 8~13세 5,000원, 3~7세 4,000원이다.
소나무를 위한 소나무에 의한, 안면도자연휴양림
안면도를 위에서 아래로 내달리다 보면 섬 중간쯤에서 울창한 솔숲이 좌우로 도로를 감싸고 있다. 왼쪽은 안면도자연휴양림, 오른쪽은 안면도수목원이다. 둘은 도로 아래 지하 통로로 연결돼 있다. 안면도자연휴양림은 수령 100년 안팎의 소나무 단순림이다. ‘안면송’으로도 불리는 안면도 소나무는 고려 때부터 왕실에서 관리해 궁궐의 건축 목재와 배를 만드는 데 사용해 왔다. 휴양림의 탐방로는 키 큰 소나무 사이로 연결돼 있다. 일부 구간은 휠체어도 갈 수 있는 무장애 산책로다. 스카이워크는 키 큰 소나무의 허리춤으로 연결돼 편안하면서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탐방로는 모시조개봉, 새조개봉, 탕건봉, 키조개봉 등 해발 100m에 조금 못 미치는 봉우리로 연결되는데, 전체 구간을 돌아오려면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어디를 걸어도 짙은 솔 향기가 가득하다. 수목원 역시 안면송이 주인이지만 생태습지와 한국식 정원 등 볼거리를 조성해 놓았다. 입장료는 성인 1,000원, 주차료 3,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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