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동양의 고담시, 홍콩을 추억한다

입력
2020.07.22 04:30
18면
0 0

편집자주

좋아하는 감독, 좋아하는 배우를 영화 한편만으로는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영화와 저 영화를 연결지어 영화에 대한 여러분의 지식의 폭을 넓히고 이해의 깊이를 더하고자 합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반도'에서 정석은 난민으로 홍콩에 살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NEW 제공

영화 '반도'에서 정석은 난민으로 홍콩에 살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NEW 제공


영화 ‘반도’의 주인공 한정석(강동원)은 좀비로 아비규환이 된 한국을 떠나기 위해 난민선에 오른다. 일본행 배였으나 왜인지 모르게 홍콩으로 향한다. 일본 정부가 난민을 거부해서 그러리란 추측만 가능하다. 왜 하필 홍콩일까라는 생각은 잠시. 정석은 어느 범죄 조직으로부터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출입 금지구역이 된 한반도에 잠입해 달러 돈뭉치를 찾아오면 거금을 떼주겠다는 것.

어느 곳에서든 범죄를 모의하고 일확천금을 꿈꿀 수 있다. 하지만 그 장소가 홍콩이라면 느낌이 다르다. 일본 야쿠자와 함께 모의한다면 뜬구름 잡기처럼 보일 작전도 홍콩에서 이뤄졌다면 뭔가 치밀해 보인다. ‘반도’의 이야기 전개는 이후 일사천리다. 고달픈 작전 준비 과정 따위는 아예 없다.


홍콩에선 범죄마저 감미롭다? 영화 '도둑들'은 홍콩을 주요 배경으로 범죄자들의 낭만을 전한다. 쇼박스 제공

홍콩에선 범죄마저 감미롭다? 영화 '도둑들'은 홍콩을 주요 배경으로 범죄자들의 낭만을 전한다. 쇼박스 제공


홍콩은 범죄조차 낭만으로 비치는 장소이기도 하다. ‘도둑들’(2012)에서 도둑들의 범죄 주무대도 홍콩이다. 그 뿐인가. 마카오박(김윤석)과 펩시(김혜수), 예니콜(전지현)과 잠파노(김수현), 씹던 껌(김혜숙)과 첸(임달화), 이들은 작전으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농밀한 감정을 주고 받는다. 일례로 ‘도둑들’에선 멋진 지하주차장 차량 액션 장면이 나온다. 뭔가 홍콩스러운 느낌인데, 김 빠지는 일이지만 사실 이 장면은 한국에서 촬영했다.

‘브이아이피’(2017)에도 홍콩이 등장한다. 북한 고위급 자제로 살인광인 김광일(이종석)이 숨어든 장소다. 김광일을 제거하기 위해 쫓아온 국정원 요원 박재혁(장동건), 그는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다. ‘영웅본색’(1986)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예감하게 된다. 곧 화려한 총격 장면이 펼쳐질 것이라고.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마천루에 오른 배트맨이 홍콩 도심을 내려다보고 있다. 홍콩은 고담 같기도 하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마천루에 오른 배트맨이 홍콩 도심을 내려다보고 있다. 홍콩은 고담 같기도 하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홍콩은 한국에서만 '낭만적 범죄도시’로 소비될까. ‘다크 나이트’(2008)에서 배트맨(크리스천 베일)은 도망간 돈세탁업자를 잡기 위해 홍콩 마천루에까지 올라선다. 배트맨의 활동무대는 악의 소굴 고담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홍콩을 동양의 고담시라 생각한 것일까. 마이클 베이 감독도 넷플릭스 영화 ‘6 언더그라운드’(2019)에서 홍콩을 범죄의 도시로 소환했다. 날렵하고도 아찔한 납치 작전을 벌어지는 곳, 그곳이 홍콩이다.

네온사인이 가득한 거리, 즐비한 고층빌딩, 요란스레 들리는 광둥어, 활발한 자유무역, 잔인한 삼합회, 한때 세계를 호령한 액션영화의 본거지… 홍콩은 위험하면서도 매력이 넘쳐나는 도시였다. 음습한 범죄마저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곳이었다.

하지만 중국과의 문제 때문에 이제 홍콩에 대한 인상은 서서히 변할 것 같다. 때론 낭만이 넘치고, 때로 살벌한 기운이 풍기던 영화 속 홍콩의 이미지는 사라져갈 것 같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