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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과잉'이 불 지핀 그린벨트 해제 논란… 정부 정책 신뢰도만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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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과잉'이 불 지핀 그린벨트 해제 논란… 정부 정책 신뢰도만 상처

입력
2020.07.21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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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ㆍ정부는 해제 부정적, 與는 해제 압박
"與 포퓰리즘식 대응에 국정 동력 훼손"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서울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를 보존키로 결정하면서 주택공급 확대 방법론을 둘러싼 당정청간 엇박자 논란이 일단락됐다. 맥락 없이 이어진 논란은 정부 정책 신뢰도에 상처를 남겼다. 지난 일주일간 여권의 유력 정치인들이 백가쟁명식 주장을 쏟아낸 탓에 혼선이 컸다. 마음 급한 일부 정치인들은 '부동산 정책 논의의 장'을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려는 경연의 장'으로 만들었다. 그린벨트 해제 검토 카드로 부동산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발신하려 했던 청와대ㆍ정부 구상은 물거품이 됐다. 여권 발 메시지를 보다 전략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청와대 패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와 정부는 처음부터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에 부정적이었다. 문 대통령이 이달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긴급 보고를 받은 뒤 “발굴해서라도 주택 공급을 늘리라”고 지시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지역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은 10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 정책인 데다, 집값만 폭등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20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정책에 분노한 민심에 민감한 더불어민주당은 생각이 달랐다.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여당 지도부가 압박한다는 이야기가 오르내렸다. 박 전 시장이 꿈쩍하지 않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대선주자인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도 가세했다. 이 의원은 7일 “필수불가결한 그린벨트라면 모르지만, 해제 여지가 있는 곳이라면 (서울시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내놓을 수 있겠다”고도 했다. 김 전 의원도 9일 “그린벨트 해제는 가치가 충돌하는 문제”라면서도 “무엇보다 국민 주거권 안정과 관련해 양보할 가치는 어디까지인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필요성을 인정했다.

결국 정책 당국이 뒤로 한발 물러섰다. 7ㆍ10 부동산 대책 발표 때까지만 해도 “그린벨트 해제는 없다”고 선을 그었던 홍남기 경제 부총리는 14일 한 방송에 출연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여지를 뒀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17일 “정부가 이미 당정간 의견을 정리했다”라며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모든 정책 수단을 메뉴판 위에 올려놓는다”고 말을 보탰다.

'경제 투톱'의 이 같은 메시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전달하는 의미였지만, 여당의 압박에 호응한 측면도 있었다. 김 정책실장은 다만 “해제를 하느냐, 마느냐는 또 다른 판단의 문제”라며 결론이 정리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마치고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마치고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여권의 거물급 정치인들이 참전해 다시 한 번 상황이 꼬였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추 장관은 18일 페이스북에서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에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법무부장관이 부동산 정책에 대해 사회관계망비스(SNS)에서 발언한 것 자체가 논란을 불렀다. 대법원 판결로 대권 행보로 성큼 다가선 이재명 경기지사까지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하면 전국적으로 분양 광풍만 일어날 것”이라고 가세해 파장이 커졌다.

여당이 정책 결정 과정에 불쑥 끼어든 건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 관련 긴급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주기로 결정한 과정, 코로나 사태로 인한 대학 등록금 반환 재정을 3차 추가경정(추경)예산안에 포함시킨 과정 또한 정책 효과를 차근차근 따져볼 여유도 없이 성급하게 결정됐다는 비판이 없지 않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본보 통화에서 “국회의 추경 심사 막판에 등록금 환불 지원 명목으로 2,700억원을 증액했는데, 막상 등록금을 환불해 주기로 결정한 대학은 극소수에 그치는 상황”이라며 “여권 정치인들의 압박 때문에 요긴하게 쓰일 예산을 삭감해 가며 쓰지도 못할 예산을 책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책’의 효과가 반감되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권이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피할 수 없는 현상이긴 하지만, 21대 총선 압승 이후 민주당이 중심을 잡기보다는 오히려 포퓰리즘식으로 좌충우돌 하면서 국정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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