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열린시민마당 '의정부 터' 국가문화재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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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광장은 조선시대 ‘6조 거리’로 불렸다. 이ㆍ호ㆍ예ㆍ병ㆍ형ㆍ공조 등 나랏일을 나눠 보던 6개 중앙 관청들을 양쪽으로 끼고 있던 큰 길이었다. 경복궁 가까운 쪽으로는 삼군부, 의정부, 한성부, 사헌부 등도 광화문 앞으로 도열, 위엄을 뽐내던 곳이다. 그러나 삼군부 자리에는 현재 정부서울청사와 외교부 청사가, 사헌부 병조 자리에는 세종문화예술회관이 들어서 있다. 또 한성부 이조 예조 호조터 등에도 문화체육관광부, 미국 대사관, KT본사 등이 서면서 옛 관청 흔적은 완전히 사라진 상황. ‘운 좋게’ 대규모 지하개발 사업에서 비켜서 있던 ‘의정부’ 터(의정부지ㆍ議政府址)가 국가지정문화재가 된다.
서울시는 종로구 세종로 76-14일대 '의정부’ 터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문화재 사적으로 지정예고됐다고 20일 밝혔다. 2013년 ‘조선어학회 선열 상징조형물’ 설치 장소로 낙점된 뒤 이뤄진 매장문화재 발굴 과정에서 말로만 떠돌던 의정부 유구(옛 건축물 흔적)가 실제로 발견된 지 7년 만의 일이다.
의정부는 1400년(정종 2년)부터 1907년까지 영의ㆍ좌의ㆍ우의정 등이 국왕을 보좌하면서 국가 정사를 총괄하던 조선시대 최고 행정기구다. 임진왜란 때 화재로 건물이 훼손됐다가 흥선대원군 집권 후 1865년 경복궁과 함께 재건됐다. 이후 일제강점기와 산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역사적 경관이 대부분 훼손됐다. 의정부 터에는 1990년대까지 여러 행정 관청이 자리했으며, 1997년부터 서울시가 '광화문 시민열린마당'(공원)으로 사용해왔다.
시는 2013년 부분 발굴조사를 통해 옛 의정부의 유구(遺構·건물의 자취)와 유물을 처음 확인하고 2015년부터 학술연구를 진행했다. 그 동안 사료를 통해 추정한 의정부 주요 건물 3채의 위치와 규모를 확인했고, 삼정승의 근무처였던 '정본당'을 중심으로 양옆에 '협선당'(종1품·정2품 근무처)과 '석획당'(재상들의 거처)이 나란히 배치된 모양새다. 후원에 연지(연못)와 정자가 있던 흔적도 발굴했다.
시 관계자는 “1865년 고종이 직접 쓴 정본당 현판(국립고궁박물관 소장) 크기가 가로 2m, 세로 1m에 달한다”며 “이로 미뤄 의정부 건물의 규모와 위용이 궁궐 전각에 뒤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번 발굴 과정에서 기와 조각과 도자기(청자·분청사기·청화백자) 조각 등 조선시대 유물 760점도 출토됐다.
그 동안의 발굴에서 1910년 일제가 이곳에 건립한 옛 '경기도청사' 건물터(1967년 철거)의 벽돌 기초도 찾아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이 건물은 1960년대까지 정부청사 별관 등으로 쓰였다. 시는 이런 발굴·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2월 문화재청에 의정부지 국가 사적 지정을 신청했다.
서울시는 유구 옆 관련 전시실 건립을 위한 공모를 시작하는 등 의정부 유구에 이야기를 입히는 작업을 통해 ‘역사 도시 서울’ 이미지를 굳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의정부지 사적 지정은 서울시가 추진해 온 고도 서울 역사문화 경관 회복의 주요 성과"라며 "시민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도심 속 역사문화유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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