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련, "산 채로 지느러미만 떼고 몸통은 버려" 주장
미국 13개주, 캐나다 등 해외에서는 유통 금지 추세
14일은 16번째 ‘상어의 날’이었습니다. 해외 자료를 보면 환경단체 세계자연기금(WWF)이 멸종위기에 놓인 상어의 중요성을 알리는 리포트를 발간하는 등 이날을 기념해 왔는데, 이를 계기로 제정됐다는 얘기도 있고요. 일부 박물관과 자선단체들이 상어 보호 캠페인을 벌인 것을 계기로 생겼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기원이야 어떻든 많은 환경단체들은 상어의 날을 맞아 상어가 바다 생태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리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환경운동연합이 상어의 날을 맞아 롯데호텔 서울, 롯데월드 롯데호텔, 신라호텔, 워커힐호텔, 웨스턴조선호텔, 르메르디앙호텔, 코리아나호텔 등 국내 7개 특급호텔이 여전히 비윤리적 불법 어업을 조장하는 샥스핀(상어지느러미·Shark’s fin) 요리를 판매하고 있다고 비판했는데요. 앞으로도 매년 상어의 날에 상어의 불법 유통과 판매 등의 문제점을 지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권력의 상징? 국내외 정치인 모임서 등장
사실 샥스핀은 중국의 대표적 고급 요리로, 각국 정상을 비롯해 정치인들의 모임에서 주로 등장해왔습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상어지느러미는 통상 크기와 상태에 따라 ㎏당 200달러(약 24만원)에서 570달러(약 68만원)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인 2016년 청와대 오찬에 고가의 희귀 송로버섯과 함께 샥스핀찜이 제공되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새 지도부를 초청한 자리인데, 민생을 걱정해야 할 자리에서 국민이 낸 세금으로 값비싼 음식을 먹었다는 점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됐죠.
여기서 환경단체들은 샥스핀이 비윤리적 방법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환경운동연합은 국내 호텔의 샥스핀 판매 실태를 발표하며 샥스핀 추방 운동을 시작했지요. 덕분에 당시 샥스핀을 팔던 호텔은 22곳이었는데 지금은 7곳으로 줄어든 상태입니다. 하지만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메뉴에만 없을뿐 고급 중국요리에서는 빠질 수가 없기 때문에 손님이 요청하면 제공하는 곳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도 샥스핀 요리가 사람들 입길에 오르내린 사건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2ㆍ12 쿠데타를 일으킨 지 40년이 되는 12일 군사 반란 가담자들과 샥스핀이 포함된 1인당 20만원 상당의 코스 요리에 와인을 곁들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사실 샥스핀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건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저우언라이 당시 총리가 국빈 만찬에 샥스핀을 내놓으면서부터라고 합니다.
美 13개주에서 샥스핀 유통 금지 등 해외선 사라지는 추세
하지만 샥스핀 요리의 본고장인 중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샥스핀 요리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먼저 2012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하와이·오리건·워싱턴주가 샥스핀 요리를 금지한 데 이어 뉴욕주에서도 샥스핀의 소유와 유통·판매가 전면 금지됐고요. 뉴저지도 내년 1월부터 이에 동참하면서 미국 내에서 샥스핀 유통을 금지하는 13번째 주가 된다고 합니다.
지난해 6월에는 캐나다가 주요 20개국(G20) 중 처음으로 샥스핀 수출입을 금지했습니다. 이전에는 캐나다가 아시아를 제외하고 세계 최대 샥스핀 수입국이었다고 하네요.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의 주요 위원회도 지난해 청상아리와 동수구리를 비롯해 18종의 상어와 가오리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제안을 가결했습니다.
샥스핀의 본 고장, 중국에서도 샥스핀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현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3년 반(反)부패운동의 하나로 공식 연회 메뉴에서 샥스핀을 빼도록 했는데요. 환경단체들이 이야기하는 비윤리적 포획 때문은 아니었지만, 이후 중국 전역의 샥스핀 거래가 50~70% 급감하고, 유명 연예인들이 나서 샥스핀 불매 운동을 독려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하네요.
상어, 1초마다 3.17마리 사라져
이처럼 각국 정부와 환경·동물단체들이 샥스핀 요리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상어를 포획하는 방식 자체부터 잔인하기 때문입니다. 샥스핀 조업은 해상에서 상어를 포획하고, 배 위에서 상어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지느러미만 채취하고 몸통은 바다에 버리는 방식인데요. 버려진 상어는 헤엄치지도 못하고, 숨을 쉴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결국 사망한다고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상어는 성장 기간이 길고 다른 어종처럼 많은 양의 알을 낳아 번식하지도 않기 때문에 멸종 위기에 매우 취약하다고 합니다. 상어가 사라지면 다음 차순위 포식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 여파로 많은 종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죠.
비영리 민간 국제기구인 퓨자선기금(Pew Charitable Trusts)에 따르면 매년 세계에서 상업적 목적을 포획되는 상어만 6,300만~2억7,300만 마리에 달하고요. 특히 영화 ‘죠스’의 주인공 백상아리와 함께 대표적 식인 상어로 꼽히는 청상아리는 최대 시속 130㎞의 속도로 헤엄치는 가장 빠른 어종이지만, 샥스핀 수요 탓에 지중해에선 거의 자취를 감추는 등 개체 수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고 합니다. 환경운동연합은 바다의 먹이사슬 중 최상위포식자인 상어가 1초마다 3.17마리씩 사라지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샥스핀을 위한 상어의 희생, 꼭 필요할까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