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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ㆍ변색만 있나? 잊을 만 하면 찾아오는 '수돗물 공포'

입력
2020.07.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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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엔 검은 수돗물, 청양에선 우라늄 수돗물
노후 수도관이 큰 원인…관리 소홀ㆍ묵인도 한몫

15일 인천시 부평구의 한 가정집에서 주부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수돗물을 살펴보고 있다. 인천=뉴시스

15일 인천시 부평구의 한 가정집에서 주부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수돗물을 살펴보고 있다. 인천=뉴시스

안심하고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는 시대가 된 걸까요. 잊을 만 할 때쯤 어김없이 '수돗물 공포'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최근 인천 일부지역 가정집 수돗물에서 깔다구 유충이 발견된 데 이어 경기, 부산 등 다른 지역에서도 유충 발견 사례가 잇따르고 있죠. 일부 지역의 사례는 수돗물 자체가 아닌 외부 유입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공포심은 점차 전국으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수돗물 공포는 그 누구보다 인천 시민들에겐 악몽과도 같을 겁니다. 이번엔 유충이 발견됐지만, 지난해엔 붉은색 수돗물이 쏟아졌었죠. 이른바 '인천 적수 사태'입니다. 지난해 5월 30일 인천 서구를 시작으로 중구 영종도, 강화군 등에서 피해 사례가 이어졌습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박남춘 시장이 고개를 숙이고 환경부가 조사에 나서기도 했죠. 물의 공급 관로를 바꾸는 과정에서 수압을 무리하게 높이다가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떨어져 나온 것이 원인이었는데요. 결국 인재로 드러나면서 상수도사업본부 소속 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습니다.

검은색, 황토색 수돗물도 있었다고요?

지난해 8월 경북 포항 남구 오천읍 주민들이 포항시에 수돗물 변색 피해 신고를 접수하며 내놓은 정수 필터 모습. 대부분 검게 변해있다. 포항시 제공

지난해 8월 경북 포항 남구 오천읍 주민들이 포항시에 수돗물 변색 피해 신고를 접수하며 내놓은 정수 필터 모습. 대부분 검게 변해있다. 포항시 제공


그럼요. 어디 붉은 수돗물뿐이었을까요. 이번 수돗물 유충 사태로 과거 사례들이 재조명되고 있는데요. 수돗물이 논란의 중심이 됐던 적은 꽤 있었습니다.

붉은 수돗물 공포가 가신지 얼마 되지 않아 경북 포항에서는 붉은색도 아닌 검은색 수돗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지난해 8월 포항 일부지역에서 검은빛을 띠는 수돗물이 나온다는 불만이 이어진 건데요. 새 정수 필터가 이틀 만에 시꺼멓게 변했다고 하죠. 검은 수돗물로 인해 피부 질환을 앓았다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포항시에 따르면 약 보름동안 1,000건 넘는 민원이 들어왔다고 해요.

인천의 붉은 수돗물과는 다른 원인이었습니다. 수자원공사, 환경공단, 한국상하수도협회,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등으로 구성된 민간조사단이 조사에 나섰는데요. 필터에서 망간이 가장 많이 검출됐고, 철, 알루미늄 등도 발견됐습니다. 이에 조사단은 수도관에 쌓여있던 망간 등이 산화 반응을 일으켜 물을 검게 만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저수조와 상수도관을 청소한 뒤에도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고 호소했는데, 검은 수돗물 사태는 조사단의 결과 발표 이후 일단락 됐습니다.

지난해 6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아파트단지에서 한 주민이 긴급 지원된 급수차의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6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아파트단지에서 한 주민이 긴급 지원된 급수차의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붉은색에 검은색까지. 여기에 노란색도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는 지난해 6월 황토색 수돗물이 나왔습니다. 물론 이를 붉은 수돗물이라고 일컫는 경우도 많았지만요. 사태는 다소 심각하게 흘러갔어요. 서울시가 예방 차원에서 문래동 일대에 수돗물 식수 사용 중단을 권고할 정도였는데요. 많은 주민들이 급수차의 도움을 받거나 생수를 음용수로 사용하는 불편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노후 수도관이 화근이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이 일대 노후관을 교체한 데 이어 수질사고 예방을 위해 서울시내 노후관을 조기 교체하기로 했죠.

유해물질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사용한 적도 있다면서요?

김돈곤 청양군수가 지난해 7월 정산정수장 물의 우라늄 기준치 초과 검출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하고 있다. 청양군 제공

김돈곤 청양군수가 지난해 7월 정산정수장 물의 우라늄 기준치 초과 검출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하고 있다. 청양군 제공

네, 맞아요. 수돗물이 변색이 되면 이상징후를 빨리 알아차릴 수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수돗물에 유해물질이 섞여 있었으나 이를 모른 채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바로 '우라늄 수돗물' 사태입니다.

지난해 초 충남 청양군 정산정수장 수질검사 결과 정수를 거친 물에서 방사성 물질인 우라늄이 기준치의 2, 3배가량 검출됐는데요. 청양군이 검출 사실을 쉬쉬하는 바람에 주민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수돗물을 정상적으로 사용했다고 해요.

이 사태는 같은 해 7월 언론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공론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2019년 이전까지만 해도 우라늄은 수질 검사 항목에 해당하지 않아 꽤 이전부터 주민들이 우라늄 수돗물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이에요.

김돈곤 청양군수는 우라늄 수돗물 사태에 사과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나섰는데요. 해당 정수장에서 수돗물을 공급받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했고, 후속 대책으로 기존에 지하수를 끌어와 사용했던 정산정수장에 지하수 대신 대전 대청댐을 수원으로 하는 광역상수도망 연결 사업을 앞당겨 진행했습니다. 최근 들어 이 사업이 완료되면서 지금은 한시름 놓은 상황입니다.

이외에도 정수 필터 색이 변했다거나 필터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불만 사례는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정수장이나 정수장에 공급되는 물에서 기준치에는 못 미치지만 발암물질이 검출돼 시민들이 불안에 떠는 일도 있고요.

아무리 깨끗하게 정수해도 수도관과 저수조에서 오염이 되기도 하고, 정수장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죠. 마시고 쓰는 수돗물의 특성상 민감하고 예민할 수밖에 없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데요. 정말 마음 놓고 물 마셔도 되는 걸까요?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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