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두 그림자, 오만과 무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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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두 그림자, 오만과 무능

입력
2020.07.20 17:30
수정
2020.07.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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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이충재주필

176석 힘자랑에다 '오만 프레임' 걸려
부동산 문제, 일자리 정책서 실패 조짐
민생서 실력 못보이면 다음 대선 난망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전북 부안군 위도 고창 구시포 인근 해상의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방문, 연설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와 여당이 가장 경계하고 듣기 싫어 하는 표현은 ‘오만’이라는 말이다. 국민에게 ‘오만한 정권’이라는 인식이 새겨지는 그때부터 정권의 운명은 내리막길로 줄달음질친다. 박근혜 정권 몰락은 실은 최순실 국정농단 이전에 박 전 대통령이 “국회를 심판해 달라”고 오만함을 발산하는 순간 이미 시작됐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국회 상임위원장 전부를 더불어민주당이 독식하도록 한 것은 여당에 ‘오만 프레임’을 씌우려는 전략이다. 과자 부스러기 몇 개 주워 먹느니 나중에 통째로 먹겠다는 심산인 셈이다. 정치 고수 김종인다운 노회함이 묻어난다. 당 중진들이 지금이라도 자신들 몫을 찾아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애써 참는 것은 이 프레임이 잘 먹혀 들고 있어서다.

정치 프레임 전쟁이라면 이골이 난 민주당이 이를 모를 리 없는데도 176석의 한껏 커진 몸집은 주체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힘 자랑, 근육 자랑에 여념이 없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각별히 조심하겠다던 총선 후의 다짐은 진작에 사라졌다. 이젠 야당이 쳐놓은 프레임의 그물이 아니라 스스로 늪에 깊숙이 빠져드는 형국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에서 드러난 민주당의 맨 얼굴은 ‘오만’이란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나온 여당 대표의 욕설과 피해자를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그래도 도덕성은 저쪽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만이 체질화돼 있음을 보여준다. 안희정 오거돈에 이은 박원순 성폭력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다. 소왕국이나 다름없는 제왕적 권력에 취해 법과 윤리에 둔감해진 것이다.

집권세력은 모든 면에서 도덕적 우월성을 상실했다. 정부 각료와 민주당 의원들의 부동산 보유 실태는 보수 정권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평균 재산도 비슷한 수준이다. 자녀들의 특목고 진학, 해외유학도 보수 야당 뺨칠 정도로 많아졌다. 진보 진영 가객 안치환이 ‘다 이러니 다른 게 없잖니/ 꺼져라 기회주의자’라고 노래한 것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당이 절제와 신중함을 잃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다. “거대 여당을 만들어 줬는데 도대체 뭐하고 있느냐”는 질책이 ‘반쪽 개원’ 강행과 상임위원장 독식을 가져왔다. 검찰 개혁도 중요하고 공수처 출범도 시급하지만 대통령이 앞장서 채근할 일인지 의문이다. 지지층이 보기엔 속은 시원할지 모르나 가만 놔둬도 고사 상태인 윤석열 검찰총장을 궁지로 모는 것은 야당 좋은 일만 시켜줄 뿐이다. 열혈지지층은 큰 자산이지만 그쪽만 바라보다가는 정작 가야 할 길의 좌표를 잃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는 불과 20개월 남았다. 차기 대선 정국으로 접어드는 내년에는 동력이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지층의 다양한 요구 충족은커녕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지금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필요한 단 한가지는 민생 해결이다. 부동산 문제와 청년 실업, 경제난 해소 등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알파요 오메가다. 그린벨트 해제 문제만 해도 당정청이 따로 놀자 결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리했다. 불과 며칠 전에도 문 대통령은 주식 양도차익 과세 방안에 대해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 정부의 핵심 정책 작동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지 않은 신호다.

민주당은 당 내부에 퍼져 있는 “어차피 다음 대선에서 또 이길 것”이라는 오만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문 대통령 지지율 급락이 보여주듯 민생에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재집권은 어려울 수 있다. 통합당이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 지지율에서 민주당에 근접한 것은, 승패는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음을 보여준다. 실력은 없고 진영만 남은 진보는 최악이다. 오만이란 말만큼이나 피해야 할 것은 무능이다.

이충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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