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의료진 휴식 필요" 추진
일부선 "공휴일 늘면 의료진 더 바빠질까 우려" 반대
평년보다 유독 휴일이 적은 올해,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피로도가 부쩍 높은 올해 예상치 못한 휴일이 생길까요. 8월 17일 임시 공휴일 지정 가능성을 두고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는데요.
시작은 정세균 국무총리의 "8월 17일 임시 공휴일 지정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발언이었습니다. 정 총리는 19일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고요. 인사혁신처 등 관계 부처도 신속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요. 실제로 가능할까요? 일부에서는 총리가 공개적으로 언급한 만큼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나옵니다.
8월 17일 임시 공휴일 왜 필요하지?
정 총리가 언급한 이번 임시 공휴일 지정의 필요성은 "코로나19로 지친 국민과 의료진에게 휴식을 주자는 의미와 휴일을 통해 내수 소비를 늘리자"는 의도입니다. 정 총리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경제가 어렵고 많은 국민과 의료진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계시다"며 "특히 올해는 법정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는 날이 많아 전체 휴일 수도 예년보다 적다"고 밝혔는데요.
올해 법정 공휴일은 정말 지난해보다 적을까요. 직접 세어보니 올해 법정 공휴일은 67일로 지난해(66일)보다 하루 많았는데요. 문제는 주말과 겹친 공휴일이 많았다는 거였어요. 삼일절(3월 1일)·현충일(6월 6일)·광복절(8월 15일)·개천절(10월 3일)이 모두 일요일 또는 토요일 등 주말과 겹친 건데요. 그 결과 실제 쉴 수 있던 휴일 수는 115일로 지난해(117일)보다 이틀 줄어든 셈이죠. 특히 2월과 3월, 6일은 법정 공휴일이 아예 없던 달이었고요.
"임시 공휴일 안 돼" 반대 의견은 왜?
임시 공휴일 지정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의견들에 귀 기울여 봤습니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코로나19에서 휴식을 취하자는 의도가 왜곡될 수 있다는 거죠. 누리꾼들은 "과연 사람들이 집에만 있을까. 벌써 황금연휴라고 들뜬 사람이 반인데 이게 코로나 폭탄이 될지 어떻게 아나. 의료진분들만 쉬게 하면 안되나."(gr*****), "코로나19 거의 잡혀가던 게 5월 황금연휴 및 정세균의 거리두기 완화로 급증한 걸 벌써 잊었는지. 방역을 망친 총리로 굳히기 들어가는가"(sh*****) 등의 반응을 보였어요.
또 의료진의 업무가 오히려 늘어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의료진들은 대체로 휴일에 더 피로해진다. 사람들이 휴일에 더 몰려오기 때문."(no******), "임시공휴일 하면 의료진이 쉬나. 선별진료소는 일이 두 배가 된다. 의료진 배려하는 척하지 말길" (ol*****) 이라는 반응이지요.
임시 공휴일에 쉬지 못하는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내비치기도 했는데요. 이들은 "법정 공휴일 아니면 못 쉬는 사람에겐 관련 없는 소식"(ar*****)이라거나 "공무원이나 공기업, 대기업 정도만 쉴 수 있는 거 아닌가. 임시 공휴일 입맛만 다시는 사람도 수두룩하다"(Co*****) 등의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반면 택배 기사들의 경우 8월 14일이 '택배 없는 날'로 지정된 만큼, 쉴틈 없던 택배 기사들은 17일까지 나흘을 연이어 쉴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불거지는 상황입니다.
임시 공휴일, 예전에도 있었나
네. 이번에 지정이 된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두 번째인데요. 임기 첫해인 2017년 10월 2일 이후 약 3년 만에 공휴일이 지정될 수 있는 거지요. 만약 임시 공휴일로 확정이 된다면 역대 임시 공휴일로는 61번째입니다.
2017년 10월 2일 임시 공휴일은 당시 개천절(10월 3일), 추석 연휴(10월 4~6일), 한글날(10월 9일)에 이어져 최장 10일을 쭉 쉴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어땠을까요. 코로나19와 자주 비교돼 언급되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 때를 살펴보면요, 광복절 전날인 8월 14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이때 임시 공휴일을 지정한 명목은 "경기 회복 차원"이었는데요.
유통사들은 이 취지에 맞춰 '코리아 그랜드 세일' 등 각종 판촉 행사로 내수 진작 효과를 노렸고요. 기업들도 "수출실적 감소와 메르스 사태로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기업들의 의지 표현"이라며 휴무일 지정에 적극적으로 호응했어요. 한국거래소도 임시 공휴일 지정에 동참해 증권과 파생, 일반상품 시장이 일제히 휴장했습니다.
당시 메르스 사태는 2015년 2~3분기 경제 내수 부문의 최대 악재였는데요. 3분기 경제 진단 당시 내수가 전에 비해 다소 활기를 띠게 된 배경에는 임시 공휴일 지정 등 소비 활성화 정책이 큰 몫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임시 공휴일 지정하면 경제 살릴 수 있나
정부는 이번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임시 공휴일 지정 여부를 두고 국민과 의료진의 휴식을 명목으로 내세웠지만요. 메르스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임시 공휴일 효과를 논하자면 경제적 효과를 빼놓을 수 없지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17년 제작한 공휴일 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임시공휴일 하루의 경제효과는 19조4,04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민간소비 증가에 따른 생산유발 효과 11조6,427억 원에 △휴식 후 생산유발 효과(5조4,892억 원) △근로자 만족도 가치(2조2,724억 원)를 더한 값이에요.
보고서에 따르면 임시공휴일은 기업 부담 비용을 제외해도 12조 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공휴일이 하루 발생했을 때 기업이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은 2017년 기준 휴일근로수당(2조6,616억원)과 생산차질액(3조570억원) 등을 더해 7조3,292억원으로 계산되는데요. 이에 따라 사회경제적 편익은 12조751억 원에 달하며 일자리 7만6,000여 개를 창출하는 것으로 분석됐어요.
하지만 임시공휴일의 경제 효과를 지나치게 부풀려 기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해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경우, 소비지출이 1조9,900억원 증가하는데 이중 해외여행 등으로 인해 외부로 빠져나가는 부분을 빼면 1조3,100억원 내수진작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됐는데요. 앞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보고서와 비교하면 규모 차이가 상당하지요.
그러나 올해는 다를 거라는 분석도 있어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어려운 만큼 내수진작 효과에 몰릴 것으로 기대된다는 거죠.
임시 공휴일의 좋은 취지가 왜곡되지 않으면 코로나19 방역이 무너지지 않는 것이 최선일 텐데요. 휴일에 무엇을 하든, 개인위생 및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겁니다. 또 기업들도 휴무에 동참해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최소화한다면 좋겠네요. 아무쪼록 만약 임시 공휴일이 실제로 지정이 된다면, K-방역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할 때인 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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